'오징어 게임' 열풍에 봉제업계 반짝 특수

글·사진 류인하 기자 입력 2021. 10. 17. 21:17 수정 2021. 10. 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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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드라마 인기에 핼러윈 겹쳐
‘초록색 추리닝’ 주문 급증
“요즘 야근도” 간만에 웃음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아이리스’ 봉제공장 직원들이 지난 15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녹색 운동복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드드드득…드드드득.”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아이리스 무역’ 봉제공장 밖으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퍼져나왔다. 직원들은 공정에 따라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장 한쪽에는 완성된 ‘초록색 추리닝’이 쌓여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5일 성북구 봉제업체 ‘아이리스’는 아동복 업체로 납품할 ‘오징어 게임’ 추리닝 제작에 한창이었다. 아이리스 고종현 사장의 부인이자 납품·제작 전반을 맡고 있는 김진자씨는 “어제는 밤 10시까지 작업을 하다 퇴근했다. 늦은 시간까지 일한 것도 오랜만”이라며 “이번 특수가 한 달 이상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봉제산업에도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핼러윈데이까지 겹치면서 국내 봉제업체에 ‘오징어 게임 추리닝’ 제작 주문이 쏟아진 덕분이다. 추리닝은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입은 초록색과 경비원들이 입은 분홍색 두 가지 종류로 제작되고 있는데 아이리스는 3세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입을 수 있는 아동복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김씨는 “오늘 700벌 납품분까지 합하면 이번주만 1500장 이상 만들었다”고 말했다.

추리닝 제작은 재단에서부터 박음질까지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김씨는 “원사(原絲)의 질에서부터 마감까지 중국산이 국내산을 따라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장 한쪽에서 재단을 뜨고 있던 고종현 사장은 “오늘이 월급날인데 이달은 빚내지 않고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금 편하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서울 종로구, 중랑구에 이어 세 번째로 봉제공장이 많은 곳이다. 관내 2144개 제조업체 가운데 70%인 1510개가 봉제업체다. 종암동, 장위동, 월곡동, 석관동 일대는 동대문의 배후지역으로 1980년대부터 봉제공장이 밀집했으며, 의복산업과 주변산업인 섬유제조업이 발달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인건비가 싼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해외공장으로 일감이 몰리면서 국내 봉제산업은 전반적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성북구는 열악한 봉제업체를 되살리기 위해 업체 환경개선 작업을 시작으로 제작에서부터 유통·판매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사진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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