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원회 여성 비율 '역대 최다' 43%라지만..실제론 '31%'

이하늬 기자 2021. 10. 1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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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의원, 544곳 전수조사

[경향신문]

정부 발표는 위촉직만 산출
당연직 포함 땐 31.2% 불과
경제·외교안보 부처 ‘바닥권’
고위 여성 적은 게 근본 원인

중앙정부 산하 544개 법정 정부위원회의 위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행정기관의 법정 정부위원회 544개 전체 위원 성비를 전수조사해 17일 공개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21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이 ‘위촉 위원’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법에 따라 정부위원회 위촉직의 성비는 조사하고 있지만, 당연직까지 포함한 성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권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법정 정부위원회 544개의 위촉직과 당연직 위원을 모두 포함한 여성 참여율은 31.2%로 나타났다. 전체 위원 중 여성 비율이 40%에 미달하는 위원회는 544개 중 398개(73.2%)에 달한다. 지난 9월 인사혁신처는 정부위원회 위촉직 여성 비율이 43.2%(2020년 기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당연직은 제외하고 있어 ‘반쪽’의 현실만 보여준 셈이다.

특히 경제와 외교안보 부처에서 성비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소관 위원회가 5개 이상인 부처 중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한 곳은 산업통상자원부로, 34개 위원회의 여성 참여율은 평균 22.8%로 나타났다. 위촉직만을 대상으로 한 기존 조사에서도 산업부의 여성 위원 비율은 35.3%로 양성평등기본법의 40% 기준을 밑돌았다.

이어 금융위원회(24.0%), 기획재정부(24.9%), 고용노동부(27.5%) 등의 여성 참여율도 저조했다. 소관 위원회가 5개 미만인 부처 중에는 외교부와 방위사업청의 여성 참여율이 각각 7.5%, 8.0%로 바닥권이었다.

위촉직 위원만 따져봐도 여성 위원이 ‘0’인 위원회들도 있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전문인력 부족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돼 성비 40%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4개 위원회(원자력진흥위, 농업기계화정책심의회, 항공보안협의회, 중앙소방기술심의위)를 제외하고도 여성 위원이 전무한 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 등 8곳에 달한다.

당연직을 포함할 경우 여성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낮아지는 것은 당연직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위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고위공무원(2급 이상) 가운데 여성 비율은 8.5%에 불과했다. 여성 고위공무원이 한 명도 없는 부처도 6개에 달했다. 게다가 위원회 구성상 당연직이 위촉직보다 많은 위원회가 24.4%(133개)로 4곳 중 1곳에 달한다.

위촉직만 선별해 여성 위원 비율을 발표하는 정부 조사 결과가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령 기재부 재정정책자문회의는 위촉직 25명 중 12명이 여성이지만, 당연직 43명 중 여성은 2명뿐이다. 성평등정책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양성평등위원회도 당연직을 포함하면 여성 비율이 36%(25명 중 9명)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위원회는 당연직 23명 전원이 남성이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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