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벽에 부딪힌 '현대重의 대우조선 인수'

김강한 기자 입력 2021. 10. 17. 21:00 수정 2021. 10. 17. 22: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연내 완료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면 한국을 포함해 6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3국이 승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세계 1·2위 조선사 간 합병으로 인한 독점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어서 기업결합이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당초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본계약 체결 후 1년 안에 완료하겠다는 목표였는데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면서 계약 종결 시한만 네 차례 연장했다”면서 “조선 업계 구조 조정도 사실상 올 스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

◇대조양 인수 최대 걸림돌은 EU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현대중공업은 EU·중국·싱가포르·카자흐스탄·일본·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지금까지 중국·싱가포르·카자흐스탄은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일본은 지난해 3월 1단계 심사를 끝냈고, EU는 2019년 12월 2단계 심사를 시작했지만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EU의 심사 결과를 참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계에 따르면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이후 두 회사의 LNG(액화천연가스)선 점유율이 60%로 높아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가운데 국내 조선 3사 수주 점유율은 93.5%에 달한다.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글로벌 해운사들이 국내 조선사에 앞다퉈 LNG선을 발주하고 있다. EU는 두 회사가 합병 후 LNG선 가격을 인상할 경우 머스크·MSC와 같은 유럽 대형 해운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염려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EU의 우려를 불식하고자 향후 수년간 LNG선 가격을 동결하고 건조 기술도 다른 조선사에 이전해 경쟁 업체의 시장 진입을 돕겠다는 계획을 EU에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EU는 LNG선 사업부 일부 매각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업계 한 임원은 “LNG선은 한국 조선의 미래 먹거리인데 이 사업부를 매각하면 대우조선해양 인수 효과가 사라진다”면서 “선박 가격을 결정할 때 구매자인 해운사의 입김이 더 강한 상황인데, EU가 과도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 지역에선 아예 기업결합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달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EU가 요구하는 독과점 해소는 LNG선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사업 축소·설비 감축으로 인한 대량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 선거 앞두고 눈치 모드?

공정거래위원회도 두 회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일준 의원(국민의힘)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업결합 심사 신청을 받은 공정위는 지난 2년3개월간 이 안건을 소위원회 등에 상정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이후 공정위가 외국 경쟁 당국과 동시에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한 경우는 총 8건으로 이 안건들이 상정이 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88일(약 10개월)이었는데, 대우조선해양 인수 안건만 유독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EU 경쟁 당국이 현대중공업에 독과점 구조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를 사실상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현대중공업에 또 다른 시정 요구를 하는 것은 (기업에) 부담이라 심사를 늦추고 있다”면서 “한국 공정위가 승인을 해준다고 EU가 승인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3월 대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정위가 심사를 일부러 늦추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매각되면 거제·창원·통영 지역에 산재한 협력 업체 1200여 곳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합병에 부정적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문제는 철저히 사업적 측면에서만 판단해야 한다”면서 “최근 선박 발주가 늘어나는 모습이지만 경쟁 과잉으로 인한 조선 업계 부실은 여전하기 때문에 반드시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