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대장동 의혹과 이재명의 선동화법
혼탁할수록 화려한 말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혹세무민의 언어는 대중을 혼미하게 만들어 진실을 가리게 만든다. 1930년대 미국의 상황이 그러했다. 대공황의 여파로 부도가 늘어나고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1937년 중·일 전쟁이 일어났고 나치즘과 파시즘이 득세하였다.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와 함께 전체주의 언어로 함께 대중을 선동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클라이드 밀러(Clyde Miller)는 당시 유행하는 대표적 선전선동을 분석, '7가지 선동기법(Seven Common Propaganda Devices)'을 발표했다. 오명 씌우기, 미사여구, 카드 쌓기, 보통사람들, 부화뇌동 등이다. 당초 선량한 사람들이 선동에 넘어가지 않도록 교육하자는 의미에서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오히려 포퓰리즘 정치인들과 광고회사에서 이를 학습해서 전략적으로 사용해왔다.
최근 대장동 특혜개발의혹에 대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해명에도 밀러의 선동기법이 그대로 발견된다. 대부분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면서 지지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발언들이다. 이 지사 발언에서 발견되는 첫 번째 선동 화법은 '오명 씌우기'(Name Calling)이다. 이는 특정 사람이나 단체에 오명을 씌여 사람들이 내용을 검토하지 않고 부인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특혜의혹을 '국민의힘 토건비리 게이트'라고 부른다. 당시 성남 시장의 책임 대신 토건비리 세력의 문제로 치환시켰다. 나아가 자신의 연루설을 주장하는 국민의힘을 "자신들이 안 해 먹은 일이 없어서 '이재명도 안 해먹을 리 없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또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보도에 대해선 '가짜뉴스' '허위조작보도'로, 나아가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대범죄'로 규정한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을 "단군 이래 최대규모 공익환수사업"으로 포장해왔다. 지금까지 어느 지방자치단체장도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는 부연설명도 더했다. 바로 '미사여구'(Glittering Generality) 화법이다. 미사여구 화법은 화려한 언어로 성과를 포장하고 자신을 도덕성과 공정성을 갖는 공익의 수호자로 포장한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임시절 "부패지옥, 청렴천국"이라고 경고를 해왔다며 공직자 청렴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 번째는 '카드 쌓기'(Card Stacking)다. 다양한 증거 중에서 불리한 부분은 빼버리고 유리한 부분만 반복해서 말하는 방식이다. 이 지사는 초기 개발특혜 의혹에 대해서 "민간개발 특혜사업을 막고 5503억원을 시민이익으로 환수했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해왔다. 대신 업자들에게 돌아간 막대한 배당 이익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에는 "앞으로는 원천적으로 개발이익을 민간이 못 갖게 공공 환수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서 아예 봉쇄하도록 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개발이익이 다수의 '보통 사람들'(Plain Folks)에게 돌아가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 지사는 국민 다수가 자신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이 지사는 "정치는 일부 소수의 정치인, 가짜뉴스나 여론 왜곡을 시도하는 일부 세력들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은 언제나 5000만 입으로 듣고 보고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과 대장동 개발을 연계시키는 의혹 제기는 일부의 목소리일뿐 국민 다수는 이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다수의 논리에 동참하라고 말하는 '부화뇌동'(Band wagon) 기법이다.
권력이란 타인이 싫어하는 것을 강제하는 힘이다. 성남시는 성남개발공사와 화천대유에게 대장동 원주민의 땅을 싼 가격에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개발 이후 대장동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비싼 가격에 분양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직접 개입했는지가 대장동 특혜의혹의 핵심이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이 지사는 선동화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입장을 방어했고, 이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화법이 중도층과 부동층으로 지지 세력을 넓혀야 하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에게도 효력을 보일 지는 미지수이다. 그렇기에 이 지사의 화법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장 이번 주 예정된 경기도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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