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김재수 원장 "디지털 대전환 시대, 빅데이터가 경쟁력..美처럼 '국가 CDO <최고데이터책임자>' 둬야"

고광본 선임기자 입력 2021. 10. 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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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오바마, 부처·기관에 최고정보책임자 배치해 국민·기업들에 정보 제공 지원
産學硏政 '데이터 융합' 펼쳐야 감염병 팬데믹시대 백신·치료제 개발 단축
재난재해 대응·탄소중립 등 위한 '슈퍼컴 6호기' 차질 없는 구축도 필요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이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관리예산처(OMB)를 중심으로 각 정부 부처와 기관에 최고데이터책임자(CDO)를 둬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 민간과 공유하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뉴딜을 통해 디지털 대전환에 나서고 있는데 이 부분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재수(60·사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지난 15일 서울 홍릉 KISTI 서울분원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적으로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과학기술 융합 연구 활성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충, 국민 삶의 질 개선을 꾀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KISTI에서 30년 근무한 데이터 전문가로 올 3월 원장으로 취임해 ‘과학기술 인프라, 데이터로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오바마는 각 부처와 기관에 CDO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둬 국민과 기업에 대한 데이터 서비스를 확산하도록 했다”며 “각 부처와 기관에 분산된 데이터와 비공개 데이터를 공개해 강력한 행정 조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잘하면 인센티브를 줘 데이터 개방을 촉진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오바마 정부는 15기가와트 발전량만큼의 전력을 절감한 그린 버튼(맞춤형 전력 사용 컨설팅 서비스)이라든지 국정 전반에서 효율화를 추진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면서 대체로 오바마 정부의 데이터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고 했다. 올 초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즉시 ‘코로나19와 미래 중대 공중 보건 위협에 대한 데이터 기반 대응 보장’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등 데이터 행정을 중시하고 있다. 국방부·농업부·식품의약국 등 각 부처들이 데이터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데이터 현대화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정보 보호 의식이 약한 중국의 경우에는 막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을 크게 발전시키는 등 각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데이터 산업을 키우고 있다.

/대담·정리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물론 우리나라도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개정안)’에 대해 미진한 부분이 있어 12일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데이터기본법)’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내년 4월께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 거래·분석 제공 사업자 신고제 도입, 데이터 거래사 양성, 데이터 가치평가·자산보호·분쟁조정위원회 도입 등을 담았다. 범부처 데이터 컨트롤타워인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도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된다. 김 원장은 “우리도 데이터 거버넌스를 잘 갖춰가고 있다”며 “다만 공공과 민간 데이터를 융합하고 대학, 정부 출연 연구기관, 기업의 과학기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데이터기본법에 포함된 데이터 안심 구역을 통해 산학연정(産學硏政)이 데이터 융합을 활발히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구역에서는 KISTI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초고속망을 기반으로 공공 클라우드 체계를 구축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25개 정부 출연 연구원뿐 아니라 기업들의 데이터도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도록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며 “사이버 보안을 전제로 바이오 생체 정보도 활용하게 되면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원장은 KISTI가 대학·출연연·기업 등에 과학기술 데이터를 지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국가 과학기술 데이터에 관해서는 최고책임기관(CDO)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소신도 피력했다. 그는 “산학연의 연구개발(R&D) 정보뿐 아니라 소재·바이오 등의 연구 원천인 대용량 연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검증해 신뢰를 높이는 게 숙원”이라며 “이렇게 수준 높은 연구 플랫폼을 만들어 연구자와 기업이 R&D에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국가적 R&D 플랫폼인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가 각 부처별로 국가 R&D 과제(내년 30조 원)에 관한 정보, 성과, 연구자 정보를 담고 있는 것에 그치는 데 비해 연구 논문의 데이터 자체를 공유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KISTI의 과학기술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액세스온(AccessON)’도 3,000여 만 건의 세계 논문을 무료로 서비스하는데 논문의 바탕이 되는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는 “NTIS는 국제 공동연구 과제의 요약본만 영문으로 제공하나 중국의 경우 한국 에이전트를 통해 정보를 가져간다”며 “인력 정보나 평가 등 주요 정보를 등급을 매겨 비공개 처리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올 초부터 시행 중인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연구 데이터 공개를 담아야 한다고 건의했었는데 누락됐었다”며 “연구자와 기업이 노하우인 연구 데이터 공개에 거부감이 있는데 어느 정도 공유해야 융합 연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네이처 등 유명 저널에서는 논문에 사용된 데이터도 같이 제시하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 R&D 자금이 투입돼 나온 대학·출연연·기업의 연구과제는 미국·영국 등처럼 데이터 자체를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KISTI가 국내 산학연 간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플랫폼을 키울 것”이라며 “과기정통부 산하 25개 출연연을 관장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김복철 이사장도 연구 데이터 융합에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정보화와 디지털화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과학기술 데이터를 융합하기 위해 기존 벽과 칸막이를 허물어야 일자리도 만들고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인천·부산·대전시의 공공데이터, KISTI의 과학기술 인프라, 통신정보 등 민간 데이터를 합쳐 교통·환경 등 도시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의 경우 침수·미세먼지 대응과 교통 흐름 최적화, 대전은 장애인 교통복지 서비스와 환경·교통 개선, 부산은 침수·지진 경보·대피 서비스, 후두암·치주암 AI 진단 서비스(부산대병원)를 위한 R&D 공동 과제에 각각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침수 발생 3시간 전 위험을 경고하고, 최적의 버스 노선 체계와 배차 계획 등을 산출하고, 항만에 드론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해 고도별 미세먼지를 측정하면 국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KISTI는 신뢰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 처리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KISTI가 이런 다양한 공공·민간 데이터를 융합해 과학기술인의 연구 지원과 산학연정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재난재해·감염병 대응, 탄소 중립 등 국민 삶의 질 개선과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오는 2023년 국제입찰에 부칠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전 가동을 시작한 슈퍼컴퓨터 5호기의 도입 과정에서 상당히 지연됐던 것을 타산지석 삼아 6호기는 제때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슈퍼컴퓨터는 보통 5년 주기로 교체하는데 2,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6호기는 쉽지는 않겠지만 예비타당성 검토를 면제해서라도 제때 갖추는 게 필요하다”며 “미국·중국·일본 등은 매년 슈퍼컴퓨터 개발에 조 단위를 투자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슈퍼컴퓨터가 연구 정확도 제고, 시간·비용 감축은 물론 재난 예측·방지, 산업 발전, 의학 혁신 등 전방위적으로 활용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는 “AI 시대 데이터량 급증에 대비해야 하는데 5호기는 세계 30위권 밖의 능력으로 밀려났다”며 “슈퍼컴퓨터 6호기는 1초에 50경 번 연산이 가능해 5호기보다 성능이 20배나 높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부는 슈퍼컴퓨터도 궁극적으로 국산화를 이뤄 미국·중국·일본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지만 2030년에는 1초에 100경 회 연산을 수행하는 슈퍼컴퓨터를 국산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원장은 기업에 대한 데이터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KISTI가 16년여 공들여온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 활동에도 가속도를 내기로 했다. 대학 교수와 출연연 연구원들, 기업 연구소장 등 1만 2,000여 명으로 구성된 ASTI는 기술동향 등을 공유하며 지역 혁신 클러스터의 역할을 일정 부분 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금형을 만들기 전에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면 효과가 크다”며 “중소기업들도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공장)와 디지털 트윈(기계 등을 가상 세계에 구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기업들이 정보 노출을 꺼려 각종 데이터를 맞춤형으로 선별 제공하는 데 애로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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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서울 △홍익대 전자계산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전자계산학 석사, 홍익대 전자전산공학 박사 △군 전산교관 △1991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당시 산업기술정보원) 입사 △2018∼2021년 KISTI 국가과학기술데이터본부장 △2011년∼ 한국융합학회 상임고문 △2012년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수상 △2012∼2015년 데이터거버넌스포럼 회장 △2013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전임교수(과학기술경영정책) △2017년∼ 한국콘텐츠학회 부회장 △2021년∼ 한국기술혁신학회 회장 △2021년 3월∼ KISTI 원장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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