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에너지공대 가는 유룡 교수 "내 평생 올해 가장 많은 성과..더 연구하고 싶다"

송경은 입력 2021. 10. 17. 17:48 수정 2021. 10. 1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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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중 노벨상 최근접 평가
IBS 연구단장직 8년 수행
정년 넘기며 사실상 지원중단
올해 국제학술논문 14편 발표
"나이가 연구장애 돼선 안돼"
한국 과학자 가운데 노벨상 수상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유룡 KAIST 화학과 명예교수(66)가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떠난다. 정부가 노벨상 수상 과학자를 배출하겠다며 특급 우대조건을 내걸고 2011년 IBS를 설립한 이후 연간 최대 100억원 규모의 연구단을 이끌던 단장이 그만두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IBS에서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13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부터는 한국에너지공과대(켄텍)에서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며 연구를 이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내년 2월 공식 임용되는 유 단장은 지난달 28일 켄텍과의 임용 계약에 최종 서명했다. 정해진 정년 없이 5년 단위의 평가를 거쳐 연구능력만 입증하면 계약을 계속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에 따라 지난 30여 년을 몸담아왔던 KAIST 연구실도 떠나게 됐다. 앞으로 KAIST에서는 명예교수 타이틀만 유지하게 된다.

유 단장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지난해 만 65세 정년을 넘기면서 연구활동이 사실상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KAIST에서는 이미 지난해 명예교수로 전환됐고, IBS에서는 연구단 출범 후 10년이 되는 내년 말까지 연구단장직으로 계약돼 있지만 수년 전부터 연구자원이 급감하면서 연구실 운영이 어려워졌다.

"IBS 설립 당시엔 65세 정년을 넘기더라도 초기 10년은 보장해 주고 큰 이변이 없는 한 70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정부 들어 돌연 이런 제도가 유명무실화됐어요. 지난해부터는 아예 새로운 연구원도 채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바람에 연구실에 있던 우수 인력들도 대부분 나가 현재는 인도 출신 연구원 2명 등 4명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초창기 연간 100억원 수준으로 시작했던 연구단 전체 연구비도 IBS 예산 삭감 등으로 40억원 내외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에는 유 단장 외에도 KAIST 이효철 교수와 박정영 교수 연구실이 있다.

유 단장은 "한국에선 도저히 정년 이후 제대로 연구할 길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때 중국으로 나갈까 고민한 적도 있다"며 "국민 정서엔 맞지 않겠지만 백수가 되느니 어디서든 열심히 연구 성과를 내는 게 더 애국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는 운이 좋았지만 한국에선 대부분 나이가 들면 연구 역량과 상관없이 쫓겨나듯 나와 한순간 연구를 중단하거나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초로 3차원 그래핀 합성에 성공하는 등 다양한 다공성 나노물질 합성법을 창안한 그는 글로벌 학술정보회사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예측한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에 2014년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2011년에는 아주 작은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나노물질인 '제올라이트' 합성 연구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연구 성과'에 올랐다.

유 단장은 지난해 9월에도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로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새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올해만 14편의 국제학술지 논문을 발표한 그는 "공교롭게도 올해가 35년 연구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연구 성과를 낸 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묵묵히 계속 연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켄텍에 가면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 같은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 다공성 촉매를 적용하는 연구도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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