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 넘는 조사 수두룩.."공정위 권한이양·자체종결기구 신설" 요구
중대사건 더 오래 걸려..기업집단국 의결서까지 920일
공정위 "사건 복잡..경제분석 고려하고 방어권 강화 필요"
정치권 "지자체와 권한 공유"..사건종결기구 신설 제언도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치권과 재계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의 사건처리 지연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공정위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정위가 중요업무 집중을 위해 공정위 일부 권한·업무를 지자체에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에 재차 힘을 싣고 있다. 공정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사건 배분을 개인이 아닌 팀에 할당하고 무혐의로 정리할 사건을 신속히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1건 처리 평균 500일…조사만 1000일 넘은 사례도 다수
17일 이데일리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해 사건 1건을 처리하는데 소요한 기간은 평균 496.7일(조사 315일, 심의 181.7일)로 나타났다. 공정위 사건처리 기간은 증가 추세이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이미 400일(427.4일)을 넘어섰다.
직접비교는 무리가 있겠지만 2019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그해 경찰이 3개월(90일) 이내 처리한 사건의 비율이 79.50%, 검찰이 3개월 이내에 처리한 사건 비율이 88.46%라는 점과 비교하면 공정위 조사 속도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특히 2019년 6개월(180일) 초과해 사건을 처리한 비율은 경찰이 5.31%, 검찰이 2.75%에 불과했다.
중대사건 소요기간은 평균을 훌쩍 넘어섰다.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대기업 중대 사건을 주로 하는 기업집단국은 의결서 결재를 포함한 사건 처리기간(2016~2020년·전원회의 심리)이 평균 920일로, 같은 조건의 공정위 전체 평균(653일)보다 300일 가까이 더 필요했다.
반면 공정위는 소요기간이 늘어난 이유로 △부당지원·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기술 유용 등 선례가 없거나 복잡한 쟁점 포함사건의 증가 △디지털포렌식 또는 경제분석실시 대폭 증가 △피조사인의 방어권 보장강화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사건은 증거확보만 하면 수사가 끝났다고 할 수 있는 수사기관과 달리 증거확보 외에도 경쟁제한성 등 경제분석을 수반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공정위의 갑을관계법(하도급·유통·가맹·대리점법)의 조사·처분 권한을 광역지자체에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공정위가 핵심업무인 공정거래법 또는 기업결합심사 등에 집중하기 위해 지자체가 가능한 영역이 많은 사건은 줄이라는 조언이다.
실제 공정위는 2018년 당시 신영선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만든 ‘공정거래 법집행 개선 TF 최종보고서’에도 가맹법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조사업무 분담·협업 내용을 포함했다. 공정위는 부당성 판단이 필요 없는 계약서 보존, 정보공개서 미제공 등 가맹법 13개 행위 유형에 대해서만 지자체에 조사·처분권을 부여하자는 안에 긍정적으로 판단했으나 약 3년이 지난 현재도 13개 행위 유형 중 2개 행위(정보공개서 변경등록의무 위반 및 변경신고의무 위반행위 과태료)만 지자체(서울·경기·부산·인천)에 과태료 부과권한을 위임한 상태다. 행정예고를 마친 5개 권한 외에 나머지 6개 권한은 여전히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거나 혹은 권한부여에 반대하고 있다. 가맹법 외 갑을관계법의 이관 문제는 논의도 못하고 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공정위가 독점 및 기업결합 문제는 전문성을 갖고 해야 하지만 갑을 관계법 때문에 다른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면 이는 지자체에 넘겨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종결할 사건을 신속히 결정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개인 중심으로 사건이 배당되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조사착수 후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려고 해도 책임이 커 쉽게 종결하지 못해 결국 늘어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상임위원 출신 전문가는 “공정위 내부에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종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면 개인의 책임부담이 줄어들고 결정도 신속하게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현재 개인 중심으로 사건이 배당되는 관행도 팀 배당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조용석 (choju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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