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투자, 지속가능할까

한광덕 2021. 10. 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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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대전환의 길목에서 탄소배출권이 투자자산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해외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4종목의 거래대금이 상장한지 10거래일만에 73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이티에프운용 센터장은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유상으로 구입하게 해 배출량이 줄었듯이, 탄소배출권 거래도 기업이 배출권을 싸게 사서 잘 활용하라는 게 아니라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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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탄소배출권 투자 국내 ETF 거래 활발
배출권 수요 늘고 공급은 줄어 가격 올라
투기적 거래 유입으로 가격 왜곡 유의
탄소중립 실현시기 다가올수록 하락

에너지 대전환의 길목에서 탄소배출권이 투자자산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시장원리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파생시장은 투기적 거래로 가격왜곡 위험이 있으며 지속가능한 투자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해외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4종목의 거래대금이 상장한지 10거래일만에 73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종목당 하루 평균 거래액이 18억원대로, 비슷한 성격의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펀드(10억원)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6억원)에 견줘 거래가 활발했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은 “상장 초기인데도 에너지 위기 등의 이슈가 부각되며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방안의 하나로 탄소배출권 거래제(ETS)가 유럽 등 주요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다양한 수급 변수에 의해 움직인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발전소 가동율이 낮아지자 배출권 수요가 줄며 가격이 떨어졌다. 폭염이나 혹한 등 이상기후로 전력수요가 증가하면 배출권 가격이 상승한다. 최근에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 차질로 화석연료 사용이 늘자 배출권 가격이 올랐다.

각국 정부는 배출권 수요를 확대하면서 공급은 축소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 7월 배출권 거래제 적용 대상을 발전, 산업, 항공수송에서 해운, 도로, 건설로 확대하기로 했다. 배출권 할당 총량은 2030년까지 61% 줄이고, 항공 부문의 무상할당 비중(82%)은 2027년까지 모두 유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유럽 배출권 가격은 올해초 톤당 32유로에서 현재 61.5유로(약 8만4천원)로 92%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우리나라 탄소배출권(KAU21) 가격은 3만200원으로 연초 대비 30%가량 올랐다. 한국 배출권 시장에는 684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유상할당 비중은 3%에서 올해 10%로 확대했다.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는 선물에 투자한다. 기업 외에 기관투자자와 헤지펀드도 참여해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탄소배출권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가 환경과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착한 투자’인지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배출권 가격 단기 급등에는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거래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할당량이 부족한 기업들이 연말까지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는 점을 노린 투기세력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개인들의 펀드 투자 등 시장참여 확대도 배출권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이에 대해 운용사들은 배출권 가격상승 유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적 페널티’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이티에프운용 센터장은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유상으로 구입하게 해 배출량이 줄었듯이, 탄소배출권 거래도 기업이 배출권을 싸게 사서 잘 활용하라는 게 아니라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탄소배출권은 지속가능한 투자가 될 수 없다는 한계가 남는다. 친환경 투자로 탄소 한 단위를 줄이는데 드는 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낮아지면 배출권을 사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김정현 센터장은 “탄소저감기술 발달로 배출량이 줄어드는 2030~2040년께 배출권 가격은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출권의 존재감이 희미해질수록 지구는 행복해지는 ‘배출권의 역설’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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