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저널리즘] 배달특급과 수원e택시, 과정을 보여주는 솔루션 저널리즘

노광준 전 경기방송 PD 2021. 10. 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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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보다 공익 중시, 해결될 때까지 밀고가는 언론 필요

[미디어오늘 노광준 전 경기방송 PD]

내가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낯선 분야에 눈을 뜬 건 박사논문을 쓸 때였다. 주제가 하도 안 잡혀 머리에 뭘 이고 다니는 것처럼 골치가 아플 무렵 강준만 교수의 책에서 '공공저널리즘'을 접했다. 사악한 황색저널리즘이나 무능한 객관주의의 폐단을 극복하려고 미국의 지역언론들이 지역의 숙원사업이 해결될 때까지 공공기관, 지역민과 함께 끊임없이 공론장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솔깃했다. 논문이 통과된 뒤 나는 공공저널리즘을 우리 방송에도 실험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후배 기자 한 명이 뇌관을 당겼다. 경기도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현장에서 동행하며 밀착 취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이거구나, 싶어 바로 제작팀을 꾸렸다. 당시 경기도에서는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해직노동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 지역 사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려는 경기도 의원들과 동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프로그램은 2011년 방송대상을 받았다. 제안을 한 후배 기자는 훗날 친일역사왜곡발언 제보를 한 뒤 함께 부당해고당한 윤종화 기자였다.

그 무렵 충남 서천군 교통과의 7급 공무원 정해민씨는 새로운 실험을 기획하고 있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100원 택시'였다. 가만히 봤더니 시골 어르신들이 장에 가고 싶어도 농촌까지 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발이 묶이는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택시비용 절감에서 대안을 찾았고 6급으로 승진한 뒤 바로 실행에 옮겼다. 공무원들은 새벽에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등 철저한 준비 끝에 2013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너무 좋아했다. 서천에서 쏘아올린 100원 택시는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최근 <뉴욕타임스>는 서천 현장을 취재한 뒤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 지난 9월11일(미국 현지 시각) 충남 서천 '100원 택시' 보도한 뉴욕타임즈 기사 갈무리. 사진=NYT 홈페이지

이런 실험이 서천에서만 있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많은 지자체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100원 택시만 해도 서천보다 먼저 기획한 지자체가 여럿이었지만 선거법이나 예산 등에 막혔을 뿐이다. 모든 실험에는 리스크가 따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지자체의 정책 실험을 중시하는 이유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기록은 중앙 정부의 정책혁신으로 이어지는 귀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소중한 실험을 제대로 기록, 공유하고 있는가?

민간 배달앱의 독과점에 맞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배달앱이 생겨나고 있다. 이대로 두면 소상공인들에 대한 과중한 수수료 부담과 갑질행각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쉽지 않은 실험이다. 지난 7일 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회사에 따르면 20개 지자체 공공배달앱의 하루 활성 이용자(DAU)수는 국내 1위 민간 배달앱의 3%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 공공배달앱인 '배달특급'의 선전이 눈에 띈다. 9월 한 달 거래액이 전달보다 32% 늘어난 131억원이다. 작년 12월에 출시된 이후 경기도 27개 시군에서 55만명의 회원과 4만여 가맹점을 확보했다. 초기 과제인 가맹점수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진검 승부는 이용자 수 증가에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이 앱을 즐겨 사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수원에서는 또 다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민간 택시호출앱에 맞서 수원시가 공공호출앱을 내놨다. '수원e택시', 호출비와 수수료가 무료인데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3만명을 넘어섰다. 디자인부터 홍보까지 수원택시기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타봤는데 기사석에서 들려오는 콜 음성이 열 개 중 8개는 '수원e택시'였다. 이 또한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다. 민간호출앱 역시 가만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 수원시가 내놓은 공공호출앱 '수원e택시'. 사진=수원시청 제공

이러한 정책실험에 '솔루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황색저널리즘은 무심하고 객관주의자들은 '결과 나오면 보자'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이벤트보다는 공익을 중시하며 해결될 때까지 꾸준히 밀고가는 언론이 필요하다.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의 공동설립자인 데이빗 본스타인의 말을 인용해본다. “문제를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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