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發 '영끌' 경고 '3개월'..고점집값·대출부담 현실화되나

김희준 기자 입력 2021. 10. 17. 15:00 수정 2021. 10. 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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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말 범부처 '집값'경고..저가매매·거래심리 하락·5%금리로 구체화
"내달 금리인상땐 주택대출 부담 추가"..'양치기소년' 정부 책임론도
강북지역 아파트 모습. 2021.10.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기간 중 집값이 과도하게 상승, 향후 부동산 분야 취약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홍남기 부총리, 7월 21일 부동산시장점검회의)

"대내외 환경을 판단해볼 때 집값의 조정 여지가 있고 이 경우 시장의 예측보다 (조정이)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홍남기 부총리, 7월 28일 부동산 긴급담화)

대출금리가 5%에 육박하고 내달 기준금리 추가인상이 유력시되면서 3개월 전 정부가 우려한 주택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대출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재정이 임박한 데다 헝다그룹 파산 우려도 커진 가운데 중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3000만채에 달한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외적인 환경도 유동성에 기인한 집값에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3개월 전 '영끌·고점' 경고한 정부…'불장' 집값에 잊혀진 '리스크'

17일 정부와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28일 부동산정책 관련 3개부처와 1개청을 모아 부동산 긴급담화문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대내외 환경을 판단해볼 때 주택 가격에 일정 부분 조정 여지가 있지 않은가 싶다"며 "만약 조정이 있다면 시장의 예측보다는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아파트 실질가격, 주택구입 부담지수 등의 지표가 이미 최고수준에 근접하고 있거나 넘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석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집값의 우하향을 강하게 경고했다. 이미 7월 초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투자 리스크를 시사한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10년 동안 전국 56만 가구, 수도권 31만 가구의 공급을 근거로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면 주택시장의 하향세는 시장의 예측보다 큰 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실수요와 무관한 부동산대출의 꼼꼼한 관리를 강조하며 "자산시장의 과열은 이미 누적돼 있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신고가를 찍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정부의 경고는 금새 잊혔다. 당시 여론에선 시장상황을 근거로 오판이란 지적도 팽배했다.

하지만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의 경고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가격을 낮춘 매도가 전체의 35.1%를 차지해 8월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단지별로는 강동구 고덕자이 전용면적 59㎡는 13억5000만원에서 11억원으로 2억5000만원 하락했다. 성동구 한진타운 전용 84㎡도 최근 1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 대비 2억1000만원 정도 내려갔다.

부동산지표도 심상치 않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번 주 전국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02%p 줄어든 0.17%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8월 23일(0.22%) 이후 점진적으로 줄어 7월 12일(0.1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수도권은 1주 전보다 0.02%p 줄어든 0.32%의 변동폭을 나타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세계은행 앞에서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1.10.14/뉴스1

◇밖에선 헝다·긴축재정 리스크, 안에선 금리인상·대출부담 급증

아파트 거래와 집값의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공공과 민간의 심리지수도 수요이탈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테면 한국부동산원의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9로, 지난주(102.8)보다 0.9p 떨어져 5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101.4에서 이번 주 100.5로 기준선에 바짝 다가섰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도 94.5로, 2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전국 기준으로는 97.8로, 지난 7월 첫째주(99.3) 이후 13주 만에 공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사려는 이보다 집을 내놓는 집주인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셈이다.

홍 부총리가 힘주어 경고한 대외적인 상황도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이미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는 11월 긴축재정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에 발맞춰 한국은행도 내달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하고 있다.

저금리 대출도 손쉬웠던 시중은행에선 8월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총량 규제로 대출금리도 연 5%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다음 주 적용할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031∼4.67% 수준이다. 11월과 내년 기준금리 추가인상을 고려하면 6% 후반대 금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부 수요층을 제외하고, 부동산시장에서 대출부담과 집값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집주인이 집을 거두고 호가를 유지하더라도 대출부담으로 실수요층이 빠지면 집값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고점경고와 대출 리스크가 실현되도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부동산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집값안정 약속을 지키지 못한 원죄가 있다"며 "단순히 경고를 했다고 해서 실수요층 보호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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