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눈 티세트로 행복회로 돌려요"..빙수 먹던 호텔서 디저트 뷔페 즐긴다

방영덕 입력 2021. 10. 17. 11:42 수정 2021. 10. 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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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롯데호텔]
직장인 이모(28)씨는 요즘 맛집 탐방 리스트에 특급호텔을 추가했다. 처음엔 일반 식당이나 커피숍보다 3~4배는 훨씬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였다. 하지만 지난 여름 각종 빙수 등을 호텔에서 맛본 뒤 지금은 디저트 뷔페나 애프터눈 티세트를 먼저 찾아 다니고 있다.

이씨는 "호텔 디저트 뷔페 가격이 6~7만원 하는데, 한달에 한번 나를 위해 그 정도 쓰는 것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최근엔 친구들과 애프터눈 티세트를 즐기며 같이 간 해외 여행추억 얘기로 행복회로를 돌렸다"고 말했다.

최근 2030 젊은층 사이 고급 디저트를 즐기러 특급호텔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오히려 식비 등에 돈을 더 아끼지 않는 '스펜데믹(Spendemic·스펜드(Spend)와 팬데믹(Pandemic)의 합성어)' 현상에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극 드러내는 젊은층의 문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 제공 = 파라다이스호텔]
17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 서울은 지난 9월 한달간 '샤인머스캣 애프터눈 티세트'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주말에는 샤인머스캣 디저트로 채워진 뷔페가 열리는데 샤인머스캣으로 만든 30여종의 메뉴를 무제한 즐길 수 있어 만석을 이루는 날이 많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애프터눈 티세트는 2인 기준으로 가격이 7만9000원인데, 1인당으로 치면 4만원 정도"라며 "일반 호텔 뷔페 값의 절반 수준으로 프리미엄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데다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는 입소문이 나 많은 젊은이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대표적인 견과류인 호두를 활용해 베이커리, 음료 등을 선보인 후 이들 디저트가 관련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 따르면 호두 관련 신메뉴 출시 이후 뷔페식당인 '온 더 플레이트'와 '부티크 베이커리'의 10월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50%, 35% 증가했다.

[사진 제공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이 호텔 관계자는 "요즘 젊은층에서는 밥보다 디저트를 찾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에게 호두를 듬뿍 넣은 스콘이나 타피오카번, 피칸파이 등은 최고 인기 메뉴"라며 "씹을수록 살아나는 호두의 고소함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에서도 최근 케이크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다. 보통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등을 앞두고 예약 주문이 빗발쳤던 것과 달리 요즘은 평일에도 다양한 케이크를 찾는 손님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호텔 관계자는 전했다.

업계에서는 럭셔리 디저트 매출이 껑충 뛴 데에는 코로나 보복소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해외여행을 못 나가는 대신 국내에서 스몰럭셔리를 즐기려는 보복소비가 여름엔 호텔 빙수로, 지금은 고급 디저트로 옮겨붙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특히 특급호텔 디저트 메뉴는 마치 명품 브랜드 입문을 위한 엔트리 메뉴처럼 작용, 젊은층 사이 호텔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호텔 주요 고객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젊은층일수록 1박에 3~40만원하는 호텔 방값은 부담스럽지만 4~5만원에, 각종 기념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디저트 뷔페 등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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