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함이 살아있는 프랑스를 만나다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2021. 10.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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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가 하나의 몸이라면, 얼굴은 분명히 프랑스의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

자유의 가치를 휘날린 프랑스 혁명의 발상지이자,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서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 파리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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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문가 이상빈의 《나의 프랑스》

(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나의 프랑스 | 이상빈 지음 | 아트제 펴냄 | 728쪽 | 3만8000원》

근대가 하나의 몸이라면, 얼굴은 분명히 프랑스의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 자유의 가치를 휘날린 프랑스 혁명의 발상지이자,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서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 파리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상상 속 프랑스의 모습과 실제 프랑스의 모습은 어떨까. 끊임없는 시위의 도시이고,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에 대한 공격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 프랑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프랑스를 '또 다른 조국이며 평생을 마주하고 애정하는 나라'라고 말한다. 프랑스어를 전공했고,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 등 40년 동안 프랑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한국과 프랑스가 문화·예술 교류를 할 때, 항상 그가 주도할 만큼 현장에도 누구보다 익숙하다. 그리고 이번 책은 세 권짜리 프랑스 기획의 첫 책이지만 양이나 범위에서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분량을 보면 백과사전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백과사전이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에세이도 아니다. 명명이 중요한 시대에 이 책은 그 어떤 분류도 거부한다. 한 평범한 개인이 보고 듣고 느끼며 체험한 프랑스라는 대상에 대한 성실한 기록이다." 어찌 보면 긴 시간 프랑스를 사랑한 사람의 러브레터로 읽히기도 한다. 그럼 그에게 프랑스는 무엇일까.

"나의 공부는 프랑스 문화를 삶과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총체로 파악했던 것 같다. 시간적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보니 내가 택했던 공부 방식이 전적으로 옳았다. 문학은 미술과, 미술은 음악과, 음악은 문학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 나를 감쌌던 모든 외피를 '문화적으로' 설명해 내려고 애쓰고 있다." 그의 글은 확실한 범주를 구분하지 않고, 종횡무진 프랑스를 여행한다.

이번 책은 문화일반, 사회, 세계, 역사, 문학, 미디어, 미술, 여행, 연극·무용, 음악, 식도락, 축제·행사 등의 챕터를 통해 100가지 분절된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더 나올 《프랑스의 지방문화》 《프랑스의 축제들》을 통해 이번 저작은 완성된다. 그가 프랑스에 평생을 바칠 수 있는 근원에는 문화의 힘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는 프랑스인들이 가진 문화에 대한 열정에 흠뻑 빠졌다. 한 예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펼쳐진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강연을 만났을 때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수백 명이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비가 쏟아졌다. 그때 프랑스인들의 지적 열망이 나온다. "비가 쏟아지던 그날 밤 풍경을 난 영원히 잊을 수 없을 듯싶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에코의 육성을 경청하는 남녀노소를 망라한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난 소름이 돋았다."

독자들은 한 불문학자의 투명한 마음이 담긴 문장 안에서 정작 우리가 프랑스 문화에 관해 아는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다. 이 속에는 익숙한 프랑스도 있고, 친근한 프랑스도 있고, 어색한 프랑스도 있고, 낯선 프랑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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