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골목길 후진차 '쿵' 박고 60억·빚 갚으려고 여친까지

류영상 2021. 10. 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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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1020 보험사기..작년 1만8619명 18.8%↑

전국을 돌면서 남의 차를 33번 들이받아 보험금 60억원을 타내는가 하면 여자친구를 유인해 살해하려는 등 10~20대 보험사기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8986억원, 적발 인원은 9만8826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9년 수치와 비교하면 각각 2%, 6.8%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2019년 1만5668명이던 10~20대 보험사기는 지난해 1만8619명으로 늘어 18.8% 급증,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그동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온 50대의 경우 전체 적발 인원대비 비중이 2018년 26.4%, 2019년 25.9%, 지난해 24.9%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일례로 최근 수억원의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남성과 친구 등 1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 밤 11시쯤 전남 화순군 북면 백아산 인근 펜션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할 목적으로 수십 차례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보험설계사인 A군은 5개월 전 채팅 앱을 통해 만난 피해자에게 접근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피해자 이름 앞으로 4억~5억원에 달하는 사망 보험을 들고 보험금 수령인을 자신 명의로 해둔 뒤, 보험 효력이 발생하자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A군은 만난 지 50일 기념으로 여행을 가자며 피해 여성을 펜션으로 데려왔다. 그러고는 "이벤트로 선물을 숨겨 놓았으니 찾아오라"며 피해자를 으슥한 곳으로 유인했다. 하지만 선물이 있다던 그 장소에는 선물이 아닌, 고교 동창 B군이 숨어있었다. B군은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으나 범행 과정에서 흉기가 부러지고 피해자가 도망가면서 미수에 그쳤다.

그들이 짠 시나리오대로라면 C군은 B군이 범행을 마치면 태워서 주거지인 순천으로 도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지만, 차량 바퀴에 구멍이 나면서 범행 현장에 오지 못했다. 고교 동창인 세 사람은 범행을 위해 심지어 세 차례 사전 답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수입차 2대의 할부금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자동차 15대로 전국을 돌며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편취한 10~20대 보험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 보험사기단은 좌회전 차로가 2∼3개인 도로 1·2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차가 진로를 변경할 때 고의사고를 유발하거나 공범끼리 교통사고를 내는 수법으로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을 챙겼다.

2018년 6월부터 2년 6개월간 대구, 경북, 서울, 부산 일대에서 33건의 고의 교통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받은 보험금 2억 여원으로 주범은 보험금 일부를 주기로 하고 친구나 지인을 통해 공범을 포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기단에는 10대 청소년 3명도 포함돼 있었다.

또 젊은 층은 오토바이를 보험사기 행각으로 종종 이용하고 있다.

2018~2019년 대구에서는 오토바이 사고가 유난히 잦았다. 잦은 사고를 의심한 보험사가 관련 조사에 착수했고, 친구와 지인으로 엮인 보험사기단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로 확인된 인원만 350여 명에 달하며 관련 피해 금액이 60억원에 달했다.

보험사기단은 골목길에서 후진하는 차량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골목길에서 마주친 다른 차량을 피하기 위해 후진하는 차량 뒤에 바짝 붙은 뒤, 차량이 살짝만 부딪쳐도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져 보험금을 타내곤 했다. 이들은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해 오토바이에 2명이 타는 경우가 많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SNS 등에서 보험사기 가담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지면서 젊은층이 단순한 아르바이트처럼 생각하고 쉽게 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 채 연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한 교육 및 홍보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통한 조사 강화로 보험사기는 반드시 잡아 처벌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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