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칼럼을 1년 써 보니.. [노원명 칼럼]

노원명 입력 2021. 10.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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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소재 궁한적 한번도 없어
오로지 문재인 정부 덕분
모든 권력 똑같은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더라

지난해 10월18일 '누가 바다괴물에 족쇄를 채울 것인가'를 시작으로 일요일 아침마다 <노원명칼럼>을 인터넷에 띄워오고 있다. 벌써 1년, 오늘이 53번째 칼럼이다. 설연휴 기간이었던 올해 2월14일을 제외하고는 매주 썼다. '연휴 때 누가 칼럼 따위를 읽겠나' 싶어 참았는데 지인 한분이 "왜 안 썼나. 기다렸는데···"하는것 아닌가. 명절 덕담으로 한 말이었을텐데 귀가 솔깃했다(기사에 써먹을 말과 칭찬은 좀처럼 흘려듣지 않는 성격이다). 그후로 쓸 거리가 없지않은 한 매주 써오고 있다. 그런데 쓸거리가 없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 칼럼은 일요일 아침에 쓴다. 가끔은 토요일 잠자리에 들때까지 아침에 쓸 주제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도 편히 잘 잔다. 아침에 일어나 첫 담배에 불을 당길 즈음 마치 누가 '야 이거 써'하고 일러주듯 주제가 딱 눈앞에 그려질 걸 알기 때문이다. 그 쾌감은 상당히 중독적인데 이렇게 마감을 앞두고 정해진 주제가 쫄깃쫄깃할 때가 많다. 일요일 아침 상황까지 반영할수 있어서 김 샌 사이다 느낌을 줄 걱정이 없다(참고로 말하면 오늘자 칼럼 주제는 어제 오후 청소기를 돌리다 떠올렸다. 청소는 정신적으로 꽤 생산적인 노동이다)

 내게는 믿는 구석이 있다.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가 있는한 주1회 칼럼 소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칼럼니스트에게 문재인 정부는 헨젤과 그레텔을 설레게 하는 '과자로 만든 집'같은 정부다. 어딜 떼 베어물어도 다 달콤하다. 일주일간 생긴 일 뭘 쓰더라도 다 기사가 된다. 그 풍부한 소재에 욕심이 동해 주1회인 노원명칼럼을 매일 써 볼 궁리를 해 본 적도 있는데 너무 배가 부를거 같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 칼럼을 정파적 글쓰기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안다. 나는 궁금하다.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정파적이라면 어떻게 칼럼이 정파적이지 않을수 있나. '야당도 도긴개긴인데···'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렇다. 지금 야당이 권력을 잡으면 나는 또한 '정파적으로' 그들을 조져댈 것이다. 남 잘못 지적질하는 즐거움을 어떻게 포기할수 있겠나.

 지금은 업계를 떠난 전직 기자중 한명으로부터 나를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으로 기정사실화하는 언설을 들은 적이 있다. 좀 어이가 없었다. "이보세요. 0선배. 박근혜 정부 말기때 당신과 나중에 누가 더 비판적인 글을 썼을까요?"나는 지난 정부때 논설위원을 하면서도 독한 글을 많이 썼는데 그때는 나더러 정파적이라 이죽대는 사람이 없었다. 세상에 균형감을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보고싶은대로 보고 그에 기초해 대충 말하는 사람은 많다. 자기가 정파적 이해에 기초해 글을 쓰면 남도 그러리라 생각하는 기자가 있다. 그들은 도대체 기자를 왜 하는가.

 그런데 지금은 좀 후회가 된다. '모든 권력은 다 똑같다'는 단순한 신념으로 아무 권력에나 똑같은 칼을 휘둘러왔다. 세상에 천성이 선한 권력은 없다. 권력에는 쇠파리가 끓는다. 그점에서 모든 권력은 동일하다. 그렇다고해서 아주 똑같은 것은 아니다. 사악한 권력이 있고 더 사악한 권력이 있다. 한 권력은 무능하고 또 한 권력은 더 무능하다. 사악함과 무능함의 정도에 맞춰 다른 크기의 칼을 쓰는 기자가 유능한 기자다. 나는 그런 안목과 균형이 없어 당면한 권력만 팼다.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는 양반이었네'하고 자책을 한다. 덜 사악하고 덜 무능했던 정권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미안함을 전한다. 내 분별없음에 당신들이 손해를 봤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작은 격려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추세로 보면 문재인 정부도 '명관인 구관'이 될 확률적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에선 대체로 '구관이 명관' 법칙이 들어맞았다. 내가 문재인 정부를 돌아보며 '아 그들은 명관이었네'하고 미안해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 올것같은 예감이 든다. 불행한 예감은 잘 틀리지 않는 법이다. 그 전에 고마움부터 전한다. 지난 1년 노원명칼럼을 책임져줘서 감사하다. 문재인정부가 없었다면 노원명칼럼은 진즉 '컷' 됐을 것이다. 아니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노원명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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