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도대체 뭔가요?

서울문화사 입력 2021. 10. 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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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오는 2023년부터 고교학점제 단계적 도입을 전격 선언했다. 도대체 고교학점제가 무엇이며 우리 아이에게는 어떻게 적용될까? 교육 전문가에게 들었다.

현 초등학생부터 추후 전면 시행

유정임(이하 유) 결혼 전에는 패션 트렌드 따라가느라 힘들었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까 교육 트렌드 따라가는 게 버거워요. 새로운 제도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엄마가 몰라서 아이 교육을 망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부터 들거든요.

김동영(이하 김) 평소 자녀 교육 정보를 옆집 엄마를 통해 듣는 경우가 많은데요, 잘못된 정보를 듣거나 그 집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정보를 내 아이에게 잘못 적용하다가 큰코다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아이마다 공부 성향이나 진로가 다르니까요.

작은아이 고등학교 입학식 치른 날,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도서관에 가서 수시 입학에 관한 5권의 책을 빌린 것이었어요. 학교 선생님들께 한 명 한 명 맞춤식 진로 상담을 기대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고, 사교육권에서 여러 설명회를 다녀봤지만 제대로 모르면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혼자서 책 읽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5권쯤 읽고 나니까 대입 수시 전형이 조금은 보였고, 이후 설명회에 가니까 그제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맞아요, 제도의 기본 뼈대를 이해하고 있어야 설명회에서 말하는 행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요. 들을 때는 아는 거 같아도 기본 개념이 없으면 돌아서는 즉시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모호해지거든요.

요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을 만나보면 고교학점제 때문에 궁금증이 많더라고요.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한데요. 예전에도 학교 영어 시험을 '니트'라는 시험으로 대체하겠다고 말이 많더니 그냥 사라졌잖아요. 이번에도 그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아시겠지만, 일선 교육 현장의 반대가 제법 심하거든요. 엄마들 입장에서는 찬반보다는 할 거냐 말 거냐가 더 큰 관심사지만 도대체 어떤 제도인지는 일단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대입도 큰 틀이 변할 때는 3년 전에 예고하는데, 이런 변화가 예고되면 아주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해당 대상은 가까이에 있어요.

그럼 고교학점제의 실제 대상이 초등학생이라고 보는 게 맞는 건가요?

맞아요. 전체 시행 시기에 맞춰 대입에 적용되니까요. 시행 시기가 '일부 실시'되는 시기와 '전체 실시'되는 시기로 나뉘어 있어서 이 점이 헷갈릴 수 있어요. 쉽게하면 고교학점제는 지난해 마이스터고(기존의 실업계 고등학교를 발전시킨 고등학교)가 도입했고, 내년에는 특성화고와 일부 일반계고가 도입해 2025년에 전체 고교에서 시행될 예정이에요. 그러니까 고등학교 입학으로 볼 때 2025학번, 대입으로 볼 때 2028학번부터 이 체제를 거쳐 대학에 간다는 거죠.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해당된다는 거죠?

네.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점검, 수정한 후에 전격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얘긴데,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모두 다 이 체계에서 학습하게 된다는 게 현 정부의 계획이죠.

그렇다면 추후 바뀌는 체제에서 공부하게 될 현재 초등 6학년생과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중학생은 대입에서 차별이 좀 생기지 않나요?

중학생 학부모라면 그게 또 걱정될 겁니다. 하지만 다들 그 모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차별성 방지에 대한 또 다른 대안이 나올 거라고 보고 있어요. 일단 2025년 이전의 고등학교에서는 변화에 상관없이 지금처럼 등급으로 나누는 상대평가와 성취도 평가를 병행합니다, 전면적 시행 이전의 대입은 고교학점제와는 무관하게 현행처럼 진행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그런데 왜 이런 변화를 자꾸 시행하는 거죠? 지금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인가요? 고교학점제가 순방향으로의 변화인 건 맞나요?

제 판단으로는 대입에서 객관성을 유지하고 지역별로 차등을 없애는 점, 그리고 교사나 강사의 편차를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 방향성은 있다고 봐요.

사실 이렇게 자주 변하니까 엄마들 사이에서는 '대입, 미리 대비하지 말고 그때그때 준비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경입니다. 적어도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대입까지 각자의 로드맵으로 준비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어떤 엄마는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입시가 달라서 한참 고생하기도 했거든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적극적으로 공부해야죠. 고교학점제, 사실 용어부터 조금 어려워요. '학점'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서나 쓰는 용어였죠. 고교에서는 '단위'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단위라는 말도 익숙하지 않을 거예요. 그냥 일주일에 시간표에 몇 번 들었는지 그걸 단위라고 보면 됩니다. 일주일에 영어가 4번 들었으면 4단위, 그렇게 6학기를 다니면서 208단위의 과정에 '참여'하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둘이나 졸업시켰지만 여태 모르고 있었네요. 그런데 참여라는 단어를 특별히 강조한 이유가 있나요?

참여라는 말을 따로 강조한 건 고교학점제 때문입니다. '이수'라는 용어는 아시죠? 몇 학점을 이수했다, 대학에서도 이 용어를 쓰죠. A~D 학점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수이고 F, I는 이수하지 못한 거잖아요. 고교학점제가 되면 지금처럼 수업을 듣는 단순한 참여는 의미가 없고, 참여 후에 어떤 성취를 드러냈느냐에 따라 과목의 이수가 인정된다는 건데. 그냥 참여가 아니라 의미 있는 참여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현 계획으로는 성취율 40% 이상이 돼야 이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니, 아이가 열심히 했는데도 성취율이 40%가 안 되면 그 과목은 이수를 못 한다는 건데 그건 누가 판단하는 겁니까? 판단 근거의 객관성은 보장이 되나요? 또 그 객관성은 어떻게 입증되는지도 궁금해요.

현장에서도 이 부분이 애매할 겁니다. 우선 구간별로 대학에서 사용하는 A~D, F, I(incomplete : 미이수)와 유사한 개념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다만 고등학교에서는 A+ 같은 소구간은 없고 그 대신에 E학점이 존재하고 F와 I를 나누지 않고 그냥 I만 존재해요.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갖춘 평가에서 40점 미만이면 추가 수업을 듣거나 별도 시험을 거쳐야만 졸업할 수 있다는 거죠.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학부모나 학생도 평가 결과를 쉽게 납득하지 못할 거 같은데, 지금도 사실 주관적 평가가 따르는 시험 결과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 부분이 큰 변수인 거죠. 어떤 학교는 시험 문제가 쉽고 어떤 학교는 어렵고, 거기다 두 학교가 모여서 수업할 수 있는 문호가 이제 활짝 열릴 수도 있어서 이 부분은 보완책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변화를 아이들의 학습에 어떻게 적용해나가느냐겠죠. 부모로서는 이 점이 제일 큰 숙제가 될 겁니다.

제도의 전체적 그림이 이제야 조금 파악됩니다. 그러면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떻게 공부해야 좋은 점수를 받느냐?'가 실제적인 알맹이일 텐데요, 제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우등생이 될 수 있을까요?

궁금증을 간단히 해소하는 데 중요한 하나의 단어가 있습니다. '선택'이라는 부분입니다. '학생이 선택하는 시간표'. 이게 바로 성적을 만드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겁니다. 원하는 수업을 위해 학교를 옮겨 다니는 학교 간 이동도 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이고 전문 분야 수업을 위해 학교는 교사가 아닌 전문가에게 수업을 의뢰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도 고등학교에서는 일부 과정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더 넓은 범위에서 선택이 가능해진다는 거죠. 하지만 학생들을 어떻게 왔다 갔다 하도록 통솔할 것인지, 분야별 전문가인 교사, 강사를 어떻게 충원할 것인지는 두고두고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고교학점제, 초등 고학년생이나 중학생 학부모라면 정말 신경 쓰이는 변화일 텐데 알면 알수록 고민이 많아집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웃음) 다음 시간에 이어서 얘기 나누도록 할게요.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공통과목을 이수한 후 자신의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이수해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하는 제도다. 학교의 수업·학사 운영이 '단위'에서 '학점'으로 전환되며, 학업 성취율과 과목 출석률에 따라 졸업이 결정된다.

김동영

(주)다선교육 대표

더학원 입시 연구소 대표

전 (주)타임교육 학원 사업 본부장

전 (주)타임 출판 대표

전 시사저널 교육 주간

전 링구아포럼 출판 고문

유정임
(주)뉴스1부산경남 대표

청소년어린이영화제 BIKY 이사

<상위 1프로 워킹맘> 저자

전 부산경남대표방송 KNN 프로듀서

전 부산영어방송 제작국장

에디터 : 하은정 | 취재 :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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