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상승 피로감'..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동반 위축
대출 추가 규제 우려에 매수자 일단 관망세..전세 물건도 쌓여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와 금융권의 가계 대출 옥죄기와 최근 가팔랐던 집값 상승 피로감 등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매물이 씨가 말랐던 지난달과 달리 이달 들어 일부 시세보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가 안 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특히 정부가 이달 중 종전보다 담보대출 등 규제를 강화한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수자들 관망에 거래량 '뚝'…호가 낮춘 매물도 등장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총 276건에 그쳤다.
지금까지 신고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가 2천34건으로, 8월(4천178건) 거래량의 56%에 그친 가운데 이달 들어서는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보다 낮은 94.5로 2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고,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도 101.9를 기록하며 5주 연속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시장에 매수 희망자보다 매도 희망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승 피로감에 따른 추격 매수세가 주춤해진 데다 정부의 추가적인 대출 규제 강화 방침으로 관망하는 매수자들이 늘어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지난달까지 꾸준히 이어지던 매수 문의가 이달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공통된 반응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마아파트도 그간 신고가를 경신하며 거래가 이뤄졌는데 최근 주식시장 불안, 정부의 대출 옥죄기 등이 겹치면서 매수자들이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라며 "매매 호가가 떨어졌다고 볼 순 없지만 일부 가격 조정이 가능한 물건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이달 들어 확실히 매수 활력이 떨어진 것이 체감된다"며 "매물이 별로 없긴 하지만 거래도 거의 없고, 매수 문의도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또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로 전세를 끼고 구입하려는 무주택자들이 많았는데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 움직임에 매수자들이 겁을 내고 의사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며 "매물은 다소 늘었는데 거래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쉽게 거래되지 않는 분위기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는 최근 고점 대비 2천만원 하락한 매물이 나왔으나 매수세가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현재 20억∼21억원을 호가하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7㎡도 지난주 19억5천만원짜리 급매물이 등장했지만 매수자가 붙지 않고 있다.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정부가 최근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매수자가 은행 대출을 못 받아 계약을 취소하고 위약금을 문 경우도 있다"며 "이달 들어 계약서를 한 건도 못 썼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힐스테이트 고덕을 거래하는 중개업소 사장도 "최근 급매물이 한두 개 나오는데 계약이 안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수기·대출 중단 우려에 수급지수 최저…물건 쌓이기도
전세시장도 거래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들어 계절적 비수기에다 전세대출 중단 우려까지 겹치면서 일부 단지에선 전세 물건이 쌓이고 있다.
이달로 입주 7년째를 맞은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는 계약 만기가 돌아온 전세 물건이 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이 아파트 59㎡는 종전 3∼4개에 그쳤던 전세 물건이 지난주 들어 10여개로 증가했고, 가격도 8억7천만∼9억원으로 종전 대비 2천만원가량 떨어졌다.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부분 11∼12월에 전세금을 빼줘야 하는 것들이라 집주인들이 다급한 상황"이라며 "가격을 더 낮춰주고 싶어도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최소 4년간 전세금 인상이 제한되다 보니 집주인들이 망설인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 7월 여당과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2년 실거주 요건을 철회한 뒤로 전세 물건이 쌓이고 있다.
전용 76.79㎡의 경우 10억∼11억원에 나오던 전세가 이달 들어 8억∼9억원으로 2천만원 떨어졌지만 거래는 뜸하다.
소형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 상계동 일대에도 비수기와 전세대출 규제 논란으로 전셋값이 약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지수는 102.89로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시행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기준선인 100을 넘을수록 전세수요가 많다는 의미인데 근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불안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이달 중 발표될 가계부채 보완 대책의 내용에 따라 주택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전세 대출은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 관리 목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반대로 담보대출은 더욱 옥죌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전세는 내달 이후 성수기에 접어들면 물건 적체가 풀릴 것으로 보이나 매매 시장은 거래 위축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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