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실업률 0% 의성 0.2%..통계만 보면 그곳은 유토피아[뉴스원샷]
손해용 경제정책팀장의 픽: 통계 착시
경제정책 운용자들이 꿈꾸는 ‘실업률 0%’라는 이상(理想)을 통계상으로 실현한 지역이 있다. 전라남도 진도군.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진도군의 실업률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0.5%포인트 떨어진 0.0%를 기록했다. 이어 경북 울릉군이 0.1%, 의성군이 0.2%로, 실업률이 0%에 가까웠다. 의성군은 실업률이 지난해 하반기 1.4%에서 1.2%포인트나 하락했다.
충북 보은, 전북 진안, 전남 완도ㆍ신안군도 상반기 실업률이 0.4%로 0.5%를 밑돌았다. 이들 지역은 단순 수치상으로는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가 한명도 없거나, 거의 없는 ‘유토피아’를 이룬 셈이다.
하지만 숫자와 현실은 다르다. 이들 지역은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농어촌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일하는 단기 공공일자리에 참여하는 고령자가 늘긴 했다. 하지만 새로 들어갈 직장을 찾지 못하거나, 하던 일을 접고 이른바 ‘백수’ 생활을 사람도 적지 않다.
진도군 관계자는 “지역 경제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일자리가 늘어난 영향 같다”라고 말했다. 의성군 관계자도 “귀농을 하는 사람이 늘긴 했지만, 공장ㆍ리조트 같은 고용유발 산업이 없는 지역”이라며 “정부가 제공하는 시니어 일자리가 증가한 것 때문인 듯싶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군민들이 체감하는 고용 여건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처럼 체감 경기 따로, 통계 따로인 데는 이유가 있다. 통계청은 실업자를 ‘지금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 지난 4주간 구직 활동을 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일주일 1시간만 일해도 실업자가 아닌 취업자다. 또 직장을 다니지 않지만 가사ㆍ육아ㆍ재학ㆍ수강ㆍ연로ㆍ심신장애 같은 이유가 하나 이상 있다면 역시 실업자가 아니다. 실업ㆍ취업 통계에 아예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진학ㆍ취업 준비 중이거나, 일할 생각이 있다 해도 마땅한 구인 공고가 뜨지 않아 쉬고 있으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공공시설 청소, 환경 정비 같은 노인 일자리가 아무리 단기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일자리라고 해도 정부 통계에선 정식 취업자로 인정되기 때문에 제로에 가까운 실업률 수치가 나온 것”이라며 “구직 활동을 포기한 구직단념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등을 포함한 ‘확장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게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취업자가 7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9월 고용동향’ 통계서도 통계 착시가 나타난다. 1년 전보다 67만1000명 증가했는데, 숫자만 놓고 보면 고용 서프라이즈(기대 이상의 실적)다. 하지만 이는 비교 대상이 되는 1년 전 일자리 경기가 지나치게 나빴던 영향이 컸다. 지난해 9월 취업자 수 감소 폭은 39만2000명에 달했다.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효과인 셈이다.
뜯어보면 지난달 늘어난 취업자 67만1000명 중 정부 일자리 사업과 밀접한 보건ㆍ사회복지서비스업이 28만 명을 차지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32만3000명). 정부의 설명처럼 아직 고용 회복을 예단하기에는 이른 단계다.
정부가 수치 개선에만 신경 쓰다 보니 오히려 민간에서 나오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만드는 것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1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해 “일자리 사업보다 복지 사업 측면이 강하다”며 “고용 통계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반영하는 것은 실제 고용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학 졸업생을 중심으로 취업 포기자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정부가 자화자찬만 하는 건 문제”라며 “기저효과에 따른 일자리 착시 효과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인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오판할 여지만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착시 효과만 일으키고 실제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일자리 지원 자금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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