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가 결정" 외친 SK, 19개 계열사 중 6곳은 지주사 인사가 이사회 참여

이윤정 기자 2021. 10.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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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그룹 인사, 계열사 이사회 의장 맡기도
지배구조 투명성 위해 이사회 권한 강화했지만
이사회가 그룹 결정 전달 통로 역할 가능성

SK그룹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언하고 각 계열사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밝힌 가운데, 각 계열사 이사회에 그룹 또는 중간지주사 인사들이 대거 참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계열사는 이사회 의장을 각 사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인사가 맡고 있었다. 책임경영을 위해 그룹 인사가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사회를 통해 그룹 결정을 전달하고 관철시킬 경우 독립성 보장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지주사인 SK㈜를 제외한 총 19개 상장 계열사에서 SK(034730)㈜ 인사가 포함된 계열사는 총 6곳으로 집계됐다. 오는 12월 1일자로 SK㈜와 지주부문을 합병하는 SK머티리얼즈(036490)의 경우 장동현 SK㈜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SK바이오팜(326030) 이사회에 합류한 이동훈 SK㈜ 바이오투자센터장 역시 이곳에서 의장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 외에도 장 사장은 이성형 SK㈜ 재무부문장과 함께 SKC(011790)에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SK네트웍스(001740)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최규남 SK수펙스추구협의회 미래사업팀장은 SK텔레콤(017670)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달 12일 선임됐다. SK그룹의 공장 물류시스템 계열사 에스엠코어(007820)에는 SK㈜ C&C의 오탁근 전략기획센터장, 백승재 재무담당이 비상근 사내이사로 이사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SK㈜ C&C는 SK㈜의 사업부문이다.

그래픽 손민균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요 계열사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회사는 총 8곳으로 집계됐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의 경우 SK이노베이션(096770)의 김철중 전략본부장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고, SK렌터카(068400)에서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아들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SK가스(018670) 역시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SK그룹은 최근 각 계열사 이사회가 독립된 최고 의결기구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대표이사 평가 및 후보 추천부터 사내이사 보수 적정성과 중장기 성장전략까지 검토하는 등 각 회사의 경영 현안을 책임지게 된다. 최태원 회장은 “거버넌스 스토리의 핵심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룹 인사가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현 구조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인사가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유는 그룹과 계열사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이 경우에 의견 조율 과정에서 그룹 입장이 우선시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룹의 의사를 계열사에 전달하고 이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이사회가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사회의 반대로 차세대 사업 진출에 실패한 SKC 경우가 대표적이다. SKC는 2차전지 음극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영국 실리콘 음극재 생산업체 넥세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해당 투자안을 이사회에 올렸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지주사 소속 이사 2명이 각각 반대, 기권하자 사외이사 4명 중 2명도 기권하면서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세온의 사업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그룹 내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그룹의 입김이 이사회를 통해 전달된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SK 측은 지주사의 책임경영과 효율적인 사업 추진 등을 위해 SK㈜ 인사가 각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외이사 역시 독립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그룹 인사의 이사회 참여로 계열사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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