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부적절한 관계"..끝내 떼지 못한 '클린턴의 그녀' 꼬리표 [그 who]
[편집자주]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던 화제의 인물, 그 후를 조명합니다.
"나는 그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1998년 8월 17일, 빌 클린턴 당시(52세)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20대 젊은 여성과 그것도 백악관에서 밀회를 즐겼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치욕스러운 성추문에 휘말린 클린턴은 대통령 탄핵 위기에 놓이는 등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클린턴의 그녀'였던 모니카 르윈스키(당시 25세) 역시 이 사건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언론의 관심이 쏟아져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백악관 불륜녀'로 전 세계에 얼굴이 알려져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르윈스키는 공부에 의지가 없었다. 비버리힐스 하이스쿨을 졸업한 뒤 2년제인 산타모니카 컬리지를 다녔다. 포틀랜드 소재 루이스&클라크 칼리지로 편입했지만 학업보다는 연애에 빠져있었다. 상대는 자신이 고등학교 다닐 때 연기수업을 지도했던 유부남이었다. 방황하는 딸을 보다 못한 그의 부모는 1995년 7월 리언 패네타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인맥을 동원해 르윈스키를 인턴으로 취업시켰다.
르윈스키는 백악관 입성 4개월 만인 1995년 11월 대통령과 비밀스러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당시 클린턴의 나이 49세, 르윈스키는 22세였다. 클린턴 비서실 간부들은 특별한 용무도 없이 대통령 집무실 주변을 맴도는 르윈스키가 영 못마땅했다. 1996년 4월 르윈스키를 국방부로 보냈지만 둘의 밀회는 1997년 3월까지 약 17개월간 이어졌다.
르윈스키 본인과 트립이 흘리고 다닌 염문은 워싱턴 정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당시 클린턴을 상대로 성희롱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전 아칸소 주정부 직원 폴라 존스의 변호인단에 포착됐다. 존스의 변호인단은 클린턴의 여성 편력 사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르윈스키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하기도 했다.
트립은 르윈스키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에게 건넸다. 1998년 1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이 녹음 테이프를 입수해 대서 특필하면서 세상에 백악관 지퍼게이트의 전말이 공개됐다. 특검은 클린턴과 르윈스키가 1995년 11월부터 1997년 3월까지 10회 이상 성관계를 가졌으며 르윈스키가 제출한 푸른 드레스에 묻은 정액이 클린턴의 것이라고 밝혔다. 유사성행위 등 내용으로 구성된 이 보고서는 공개 당시 미국인 2000만명 이상이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책 출간과 방송 출연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다. 유명세로 취직 등 일상 생활이 불가능했다. 지퍼게이트 당시 법정에 불려 다니며 쓴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는 것 조차 힘들었다.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몸무게가 130㎏ 이상으로 불어났는데 이 역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친구 결혼식 등에서 포착된 그의 모습은 연예잡지 등에 경쟁적으로 실렸다. 체중감량 전문업체인 제니 크레이그가 르윈스키에게 다이어트 모델 계약을 제안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감량에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르윈스키는 2000년 가방 디자이너로 변신해 자체 사업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2000년대 초반엔 지큐·맨즈헬스 등 남성 잡지 행사의 단골 초대손님으로 불려 다니기도 했다. 클린턴 퇴임 이후 르윈스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점점 약해졌다. 그는 2004년 영국 런던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석사과정을 밟았다.
지퍼게이트 스캔들 이후 16년만인 지난 2014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주최한 행사 연설자로 대중 앞에 선 르윈스키는 "22세에 실수 한번 안 해 본 사람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포문을 연 뒤 "나는 22세에 상사였던 대통령과 사랑에 빠졌으며 지금은 많은 이유로 그 일을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르윈스키는 연예·미디어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등 셀러브리티(유명인)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이 사이버 폭력 첫 희생자 였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성폭력 고발운동인 '미투'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엔 드라마 연출자로 분했다. 당시 성추문 사건을 10부작 드라마로 만든 TV시리즈 '탄핵'의 공동 연출을 맡은 것이다. 르윈스키는 "많은 사람들이 스캔들에 대해 알고 있지만 1998년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많다"며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이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동 연출을 한 것은 자랑스럽지만 나의 이야기인 것은 민망하다"고 덧붙였다.
세상의 반응은 달라졌다. 과거 그를 조롱했던 방송인들의 공식 사과가 잇따르고 있으며, 젊은 여성들은 르윈스키에게 지지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그가 출연한 행사가 끝나면 '셀카'를 찍자고 달려가고 소셜미디어(SNS)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르윈스키는 '클린턴의 그녀'라는 평생 떨어지지 않는 꼬리표를 가슴에 달고 2021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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