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가득 은은한 잔향·화장 대신 향수.. "고객을 취하게 하라" [이슈 속으로]
특급호텔들 고유 '시그니처 향'
선물용 구매 마니아층도 생겨
유통·패션업체들도 적극 마케팅
소비자 경험 확대 충성고객 확보
고객 후각 자극해 브랜드와 연관
무의식 속에 기억.. 소비로 연결
◆고유 향기 내놓는 특급호텔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향기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호텔 업계다. 국내 특급호텔들은 대부분 자체 제작한 고유의 ‘시그니처 향’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호텔 향을 담은 디퓨저 등의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시그니엘에 자체 개발한 ‘워크 인 더 우드’(A Walk in the Woods) 향수를 사용하고 있다. 은은한 나무향과 청량한 과실향, 향긋한 꽃내음이 어우러진 향이다.
이 향은 원래 호텔 전용으로 개발됐지만 투숙객들의 구매 문의가 이어지면서 디퓨저 제품으로도 출시됐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디퓨저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디퓨저 제품은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마니아층도 형성되었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가 있으며 한번 구매한 고객이 다시 찾는 재구매 의사도 높다“며 “호텔에 머무르며 느꼈던 혹은 느끼고 싶은 기분 그대로를 집에서도 만끽하길 원하는 고객들에게 크게 어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급호텔이 자체 향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맡을 수 있는 향을 통해 투숙객에게 오랫동안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문을 연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은 프랑스계 럭셔리 호텔이라는 점을 살려 시그니처 향을 만들었다. 호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편안함과 함께 서울 속 파리의 은은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호텔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향을 만들기 위해 유명 조향사 등과 손잡고 자체 향을 개발하기도 한다.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프랑스 출신의 조향사 알리에노르 마스네와 손잡고 장미향이 감도는 시그니처 향수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경험을 확대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고유의 향기를 도입한 오프라인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
‘플리트비체’라는 시그니처 향기를 문화센터에 활용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최근 본점 5층 남성 해외패션관에도 이 향을 적용했다. 20~30대 고객을 겨냥한 감성 마케팅의 일환이다. 롯데백화점은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본점의 층별 재단장 일정에 맞춰 발향기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향후 지역별 거점 점포를 거쳐 전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K플라자는 전점에 입점한 커피숍 ‘카페 드 마티네’에서 자체 제작한 캔들, 디퓨저, 룸스프레이 등의 향기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커피향이 가득한 매장에서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향기공방 ‘페일블루닷’과 협업해 마티네만의 향기를 제작했다. 이 제품은 AK몰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패션업체들도 향기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신사의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는 주 이용 층인 10~20대 고객을 겨냥해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향기를 입혔다. 숲속 물기를 머금은 파촐리와 자유분방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자스민 등 숲의 에너지와 자유로움을 무신사의 브랜드향기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향기를 담은 다양한 향기 제품도 나올 예정이다. 휠라코리아는 휠라를 상징하는 테니스에서 영감을 받아 우디향과 프레시향을 조합한 향을 개발해 매장에서 활용 중이다.
브랜드 자체를 향기로 구현한 제품도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니치 향수(희소성 있는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살롱 드 느바에’와 손잡고 ‘오 드 칠성 바이 살롱 드 느바에’를 내놨다. 칠성사이다, 트레비, 클라우드 등 롯데칠성음료의 대표적인 제품을 재해석해 사이다의 청량함, 맥주의 쌉쌀함 등을 향기에 담았다.
후각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각, 촉각, 미각, 청각에 비해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감각들과 달리 대뇌에 직접적으로 전달돼 기억에 오래 남는 특징이 있다. 많은 기업에서 고객의 후각을 자극해 브랜드와 연관시키는 향기 마케팅을 진행하는 이유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향기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집콕’ 생활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집에서 마음의 안정과 좋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 향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집안 분위기를 전환하는 인테리어의 하나로 향기를 활용하며 ‘향테리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오랫동안 실내에 은은한 향을 내는 디퓨저, 향을 피우는 인센스 스틱과 인센스 콘, 방에 즉각적인 향기를 채울 수 있는 룸스프레이 등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향 제품도 다양해졌다.
이어 이 교수는 “다만 인위적이거나 1차원적인 향기는 소비자에게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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