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구매론 부족"..차기 조기경보기 도입 확대 가능성 높아진다 [박수찬의 軍]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가 4대를 운용중인 공군은 감시정찰 및 공중전 지휘통제 능력 강화를 위해 2대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6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전력 보강을 위해 1조5900억원을 들여 2대를 추가 도입하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추진기본전략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의결했다.
하지만 2대 추가 도입만으로는 증대되는 주변국 위협,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장에 따른 추가 임무와 감시 공백 최소화를 위한 소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항공통제기 2차 사업 내용을 조정, 4대를 추가 구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조정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14일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에게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을 통해 2대를 추가 구매하는 것과 별도로 공군이 올해 초 2대에 대한 소요제기를 별도로 한 상황”이라며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4대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질의했다.
박 총장은 “의원님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 공군도 2+2로 따로 가는 것이 아닌, 소요수정을 해서 4대를 한꺼번에 가는 방향으로 지금 추진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합참에서도 기존 소요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11~2012년 미국 보잉에서 4대가 도입된 E-737은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주요 사건에 투입돼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해왔다.
E-737은 1대는 비상대기, 1대는 정비를 받는다. 실제로 작전 가능한 기체는 두 대다. 그나마도 각각 8시간씩만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2016~2020년 평균 가동률도 67.2%에 그치고 있다. 정찰 사각지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추가 도입이 불가피하다. 방사청이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하지만 2대를 추가도입할 경우 사업 추진 측면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가격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고 E-737 외에 다른 기종을 검토하기도 어렵다.
해외 업체들을 상대로 협상에 나서야 할 방사청의 협상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4대를 도입한다고 하면 E-737 제조사인 보잉과의 협상에서 도입가격이나 후속군수지원 등에서 새로운 제안을 이끌어낼 여력도 그만큼 커진다.
보잉 외에 다른 회사의 기종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현재 E-737 외에도 스웨덴 사브가 만든 글로벌아이와 이스라엘 엘타의 G-550이 거론되고 있다.
2018년에 공개된 글로벌아이는 아랍에미리트(UAE)가 5대를 주문했고 스웨덴도 도입 절차를 진행중인 기종이다. 캐나다 봄바디어의 글로벌 6500 비즈니스 제트기에 사브의 에리아이-ER 레이더, 시 스프레이 7500E 레이더 등을 장착해 지상과 해상, 공중 영역 감시가 가능하다.
사브는 기존에도 파키스탄과 태국 등에 공중조기경보기를 판매한 경험이 있다. 소수의 인원과 저렴한 운영유지비 구조 아래 최대한 높은 성능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스라엘이 만든 G-550은 2006년 조기경보기 사업(E-X)에서 E-737에 패했던 기종이다. 이스라엘 외에 칠레와 싱가포르가 도입했다. 미국 걸프스트림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한 것으로 360도 감시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작전운용성능과 기능 측면에서 격차 감지돼
항공통제기 2차 사업에 대한 조정이 이뤄진다면, 사업 진행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기종 결정 시점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변수는 작전운용성능(ROC)이다. ROC를 충족하지 못하는 무기는 한국군에 판매하기가 어렵다. 기술이전이나 가격, 절충교역 등의 조건은 ROC를 충족한 이후에야 따져볼 수 있다.
사브의 글로벌아이는 최대 11시간 비행하고 탐지거리가 450㎞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360도 감시 능력에서는 한국 공군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 경로를 지그재그식으로 유지하면서 레이더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한국 공군이 요구하는 작전능력과는 차이가 있다. 기체 전방과 후방 감시능력도 한국 공군 ROC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G-550도 기체 전방과 후방 감시 능력에서 한국 공군 ROC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이 ROC를 수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 차원에서 ROC를 충족하기 위한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기체에 레이더를 추가 장착하는 등의 대안이 거론되지만, 수백억원으로 추정되는 설치 및 체계통합 비용은 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체계통합과 후속군수지원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원가 재조정을 통해 가격 상승을 억제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E-737은 영국이 도입을 결정했고, 미국에서도 구매 필요성이 거론되는 등 ‘역주행 흥행’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호주 공군 E-737은 2014~2015년 이라크에서 미군 E-3를 대신해 미군과 동맹군에 대한 조기경보 및 관제를 수행하고, 레드 플래그 등 연합훈련에도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및 동맹군과의 상호운용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
노스롭그루먼은 AMTI를 미군의 최신 C4I 개념인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JADC2) 기술 실현을 위한 핵심 요소로 꼽고 있다.
JADC2는 각 군의 전투정보를 통합해 합동군 관점에서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중점을 둔다. 육군과 해군이 공군 F-35 레이더가 탐지한 정보를 실시간 제공받아 표적을 타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주한미군도 JADC2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35개국과 전장 정보 공유를 위한 표준구격을 공유하고 있는 미국은 이를 토대로 동맹군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연합-합동전영역 지휘통제(CJADC2)도 추진할 방침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미국과의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지휘통제 및 감시정찰 분야에서 미군의 JADC2 관련 기술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한국 공군 E-737은 한미 연합작전 과정에서 미군과 정보를 공유하는 ‘크립토’라는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무기 도입 사업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방사청으로서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구매하는 것이 이상적인 결과다.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보잉은 가격 인하 측면에서 다른 업체들보다 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737은 한국 해군이 도입할 P-8A 해상초계기처럼 보잉 737 기종을 플랫폼으로 쓴다. 자사의 플랫폼을 사용하므로 가격 인하 여력이 있다.
실제로 2018년 6월 방사청이 차기 해상초계기 기종으로 P-8A를 선정했을 때, 방사청은 “비용절감 요구를 통해 대당 단가(약 140억 원)를 추가 인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E-737의 핵심인 MESA 레이더를 노스롭그루먼이 만드는 등 탑재 장비 상당수를 외부에서 조달받고, 보잉은 체계통합을 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글로벌아이는 레오나르도로부터 시스프레이 7500E 레이더를 구매하고,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관급 장비를 미국에서 납품받은 뒤 기체에 장착해야 한다. 이는 사업 구조를 복잡하게 하고, 가격 인하 여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중국, 러시아의 방공식별구역 진입 등으로 한반도 주변 하늘에서 위협이 증대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이 필수다.
다만 국익을 고려하면서 군의 요구성능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유·무형의 이익을 안겨주는 사업 구조를 짤 필요가 있다. 군과 정부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 추진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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