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표심 관리?..공공주택 반대하는 與 구청장들
현 정부가 중점 추진한 서울 도심 공공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여권 소속 기초 자치단체장이 반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 초 관련 지구단위계획이 열람 공고되자 행정소송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엔 오 시장과의 면담을 조건으로 대체부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는 당초 잠실~삼성동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에 포함돼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외에는 주택은 지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기인 2018년 12월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해당 북측 부지에 공공주택 800호 건립 계획을 발표됐고, 이후 정부는 지난해 8.4 공급대책에서 목표 공급량을 3000호로 대폭 늘렸다.
서울시는 본관 건물이 들어선 남측 부지 일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양도할 예정이다. LH가 약 4000억~5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대한한공 소유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입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맞교환 부지로 선택한 곳이어서다. 이 역시 전임 시장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에 따른 후속 조치 결과물이다.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에 공공주택 건립을 허용하고, LH에 양도하는 남측 부지에 지을 건물도 연면적 20~30%엔 공동주택(아파트)을 지을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정 구청장이 '지구단위계획안 철회'와 '오 시장 면담'을 조건으로 대체부지 구상까지 밝힌 것이다.
정 구청장은 "이곳은 원래 컨벤션, 오피스 등 비거주용 건물만 짓도록 도시계획을 정했다"며 "기본적으로 아파트 건립 구상엔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도 해당 부지에 3000호를 지으면 초소형 주택이 난립돼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협의 여지는 남아있다. 다만 서울시가 강남구가 뒤늦게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악의적으로 호도하는 행정행위"라는 반박 입장문을 낸 상태여서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초 서울시는 해당 부지에 1300호 주택공급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700호는 공공주택인 신혼희망타운으로 건립하고, 나머지 600호를 지을 부지는 민간에 매각해 일반분양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정부도 이에 기반해 도심 공급대책에 해당 물량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오 시장이 취임한 뒤 서울시가 주민들이 반대한 도시재생 차원의 '구치소 감시탑 보존' 계획은 폐기하되, 당초 민간에 매각하려던 계획을 바꿔 해당 부지에 토지임대부, 지분적립형, 장기전세 등 공공주택 위주로 공급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이에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강력 반발한다. 한 주민은 "성동구치소는 단순한 유휴부지가 아니라 과거 법무부와 토지교환으로 이미 4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 곳"이라며 "이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민간매각 뿐인데 서울시와 정치권에선 반값 아파트 등 듣기 좋은 감언이설로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지난 13일 성동구치소 철거 현장을 찾아 "서울시가 주민 의견이 반영된 원안대로 부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현장에선 "시장이 바뀌고 아파트값이 상승해 남은 땅에 싼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지난 7~8년 합의 과정을 뒤엎는 것과 다름없다", "원안 이행이 안 되면 차라리 공터가 낫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구청장은 일부 주민들이 강남구처럼 행정소송을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 부지가 아닌 곳에 임대주택 공급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시유지를 다시 민간에 매각해서 고분양가로 공급하기보다 SH공사가 직접 개발해 신속한 주택공급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으로 세부 개발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처럼 여권 출신 구청장들이 뒤늦게 정부가 아닌 서울시를 상대로 공공주택 건립에 반대하고 나선 이유가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를 염두한 '표심 관리용'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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