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미주를 울린 '깐부 할아버지'의 한 마디

이가영 기자 2021. 10. 1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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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오일남 역을 맡은 배우 오영수(왼쪽)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아이돌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이미주. /MBC '놀면뭐하니'

“그게 인생과 마찬가지예요. 있는 그 자체를 놔두는 것, 근데 그게 쉽지가 않죠.”

아이돌 그룹 러블리즈의 이미주(27)가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맡아 ‘깐부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은 배우 오영수(77)의 인생에 관한 진심 어린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다.

16일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오영수는 오징어게임 신드롬에 관해 “붕 뜬 기분”이라면서도 “나 자신을 정리하면서 자제심을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오영수는 드라마 출연 이후 제안받은 광고를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작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공익성 있는 광고에 출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오영수는 드라마처럼 456억원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도 “내 주위에 가까운 사람들 편안하게 해주고, 사회에 기부할 것 같다”고 답했다. 유재석이 “본인을 위해 쓰고 싶은 것 없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내 나이에 뭐 있겠습니까. 별로 없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 사는 거지”라고 말했다. 이어 “소유욕은 별로 없고, 딸이 자기 뜻대로 편안하게 살게끔 해주고, 집사람한테 못 해줬던 일들 하나하나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58년차 배우로 수많은 연극 무대에 섰던 오영수는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지고 외칠 때 밀려오는 느낌, 환희를 느끼면서 연극배우에 긍지를 느끼면서 지내왔다”며 “지금은 인생의 마지막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면서 연극을 한다”고 했다. 이 말에 유재석은 “많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대인데,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영수는 “우리 사회가 1등이 아니면 존재하면 안 되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어요. 2등은 필요 없다.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게는 이겼잖아요. 다 승자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승자라고 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애쓰면서, 내공을 갖고,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승자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 말에 이미주는 뭔가 깨달은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영수는 “특별한 고민은 없다”며 “욕심을 내지 않고 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작든 크든 살면서 많이 받아왔잖아요. 근데 이제는 받았던 모든 걸 남겨주고 싶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쉬운 얘기로, 산속에 꽃이 있으면 젊었을 땐 그 꽃을 꺾어서 갔잖아요. 내 나이쯤 됐을 때는 그냥 놓고 오죠. 그리고 다시 가서 보죠. 그게 인생과 마찬가지죠. 그냥 있는 그 자체로 놔두는 것. 근데, 그게 쉽지가 않죠”라고 덧붙였다. 순간 이미주는 ‘헉’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 참았던 울음이 터지는듯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역을 맡은 배우 오영수. /MBC '놀면뭐하니'

오영수가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인사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화제가 돼서 뜻깊게 생각합니다. 저 또한 국제적인 배우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라며 “제가 우리말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이 ‘아름다움’이란 말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회”라고 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름다운 두 분을 만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분,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말을 흐뭇한 표정으로 듣던 유재석은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얘기를 나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한 시간이었다”며 그 역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오영수는 동국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해 1963년부터 극단 광장의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스크린에는 1965년 ‘갯마을’로 데뷔했다. 1979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연기상 등을 수상했으며 연극·드라마·영화 등을 오가며 200편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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