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 돌연사 80%가 '이 병' 때문
심장에 피를 전해주는 관상동맥(심장동맥)에 문제가 발생하면 심장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다(허혈성 심장병). 허혈성 심장병이 무서운 이유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급성 심근경색) 돌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도로에 갑자기 산사태가 나 교통이 마비된 것이 급성 심근경색증이라면, 도로가 오래돼 8차선 도로 기능이 2차선으로 천천히 줄어 교통 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이 협심증”이라고 설명했다.
◇심장에 보내는 혈액 부족으로 발생
심장은 하루 10만 번 정도 쉬지 않고 수축하며 700L의 혈액을 순환시킨다. 이를 통해 산소ㆍ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ㆍ노폐물을 제거한다. 이때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허혈성 심장병이라고 한다.
허혈성 심장병은 협심증과 급성 심근경색증 등 두 가지가 있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진행되면서 혈관이 좁아져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돼 가슴 통증이 생기는 병이다. 심근경색증은 혈관이 완전히 막힌 상태다.
협심증이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면서 혈액 흐름에 장애가 발생하는 만성질환인 반면, 급성 심근경색증은 혈전으로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질환이다. 돌연사의 80%는 급성 심근경색증이 원인이다.
전두수 교수는 “허혈성 심장병은 사망 원인 세계 1위, 국내 2위의 심각한 질환”이라며 “1년 전부터 증상이 천천히 발현했다면 상대적으로 천천히 검사하고 치료해도 되지만 평소에 없던 증상이 갑자기, 예를 들어 1시간 전에 발병했다면 신속하게 치료해야 하는 긴급한 상태”라고 했다.
허혈성 심장병은 가슴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가슴 통증이 목이나 턱, 어깨, 등과 같은 부위로 번질 수 있고 식은땀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통증이 나타난 뒤 급사할 수 있는 만큼 평소 이상지질혈증ㆍ당뇨병 같은 기저 질환을 앓고 있다면 이런 증상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가슴 통증은 자주 발생하지만 모두 심장병은 아니다. 도로가 정상이더라도 눈ㆍ비로 교통 흐름에 일시적으로 장애가 생기는 것처럼 여러 원인으로 가슴 통증이 흔히 나타난다.
숨을 깊게 쉴 때 나타나는 찌르는 듯한 가슴 통증은 치료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호전된다. 만성 허혈성 심장병인 협심증에 의한 가슴 통증은 ‘평소 경험하지 못한 불쾌한 느낌의 통증’이 심장에 부담을 줄 정도의 일ㆍ운동을 하면 생기고 적당히 쉬면 호전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때는 심장내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
반면 급성 허혈성 심장병인 급성 심근경색증은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이 갑자기 발생한다. 5~10분 이상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식은땀도 생긴다. 이 때문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표현하는 환자도 있다. 이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ㆍ흡연ㆍ가족력 등이 위험 요인
허혈성 심장병이 의심되면 혈액검사, 가슴 X선 촬영, 심전도 외에 운동 부하 심전도 검사를 시행한다. 운동 부하 심전도 검사는 자동차 정기 검사를 받을 때 시행하는 엔진 부하 검사와 비슷하다.
최근에는 관상동맥에 대한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관상동맥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혈관 상태가 아주 나쁘면 시술이나 수술로 치료한다.
허혈성 심장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운동 부족, 비만 등이 꼽힌다.
따라서 금연과 적당한 운동, 혈압ㆍ혈당 조절, 콜레스테롤 관리, 체중 조절 등이 중요하다. 평소 정기검진을 받아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증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검사 결과 따라 전문의와 치료 계획을 상의한다. 협심증은 대부분 생활습관 조절, 약물 치료, 관상동맥중재술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전두수 교수는 “허혈성 심장병은 남성이 여성보다 2배 많이 발생하지만 남성이 8차선 도로라면 여성은 6차선 도로여서 여성에게 문제가 생기면 폐경기 이후 급속히 악화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여성은 70~80대가 되면 남성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당뇨병이나 흡연, 가족력 같은 위험 인자가 있다면 생애 전환 건강검진을 시행할 때 한 번 정도 관상동맥 CT를 찍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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