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D-5'..뉴스페이스의 산실 KAI 우주센터를 가다 [서종갑의 헤비뉴스]
종포공장서 1단 추진체 국산화
누리호 발사 성공하면 세계 7번째
발사체 기술 보유국으로 우뚝 서
경남 사천 KAI 우주센터 가보니
국내 최대 규모 조립·실험장 조성
소·중·대형 위성 36기 동시생산 가능
내년 2호기 발사 전 막바지 점검
우주사업 매출 3년 단위 2배 늘어
"사업 초기 정부 지속적 지원 필요"
지난 8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종포공장. 이곳은 오는 21일 우주로 날아오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의 1단 추진제 탱크가 탄생한 곳이다. 아파트 6층 높이인 15.4m의 공장 천장을 바라보니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누리호에 필요한 연료와 산화제를 담은 추진제 탱크는 이미 생산이 끝나 전남 고흥 우주센터로 옮겨졌다고 했다. 발사체는 총 3단이다. 그 중 1단이 추진제 탱크로 산화제 탱크와 연료 탱크, 엔진으로 이뤄졌다. 높이만 23.1m에 달한다.
추진제 탱크는 엔진과 함께 발사체의 핵심 기술이다. 기술 이전이 불가능해 KAI가 수차례 실패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KAI 관계자는 “한 치 오차도 없이 추진제 탱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결국 우리가 해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우주 발사체 기술 보유국 지위에 오른다. 우리나라의 액체 엔진 개발 기술은 미국,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의 70% 정도 수준으로 전해졌다. 그간 우리나라는 발사체의 심장인 75톤급 엔진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84회 1만 8,290초 시험을 거치며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고 향후 추가 시험 발사를 거쳐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가 되면 1.5톤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로 올릴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 실용급 위성을 발사 가능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6개국 뿐이다.
KAI 우주센터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양산형 위성 생산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우주센터를 둘러보고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게는 첫 민간 위성 개발이지만 한국 우주산업에는 위대한 도약이다’는 말이 떠올랐다. 우주센터를 들어가는 길은 흡사 반도체 첨단 공장을 연상케했다. 방진복과 방진모를 갖춰 입고 정전기 방지, 먼지 제거 과정까지 거친 뒤 위성검사실로 들어섰다. 높이 2.89m, 무게 약 500㎏인 KAI의 차세대 중형위성 2호가 당당히 서 있었다. KAI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차중 위성 2호를 옮겨온 후 고온·저온·진공 시험을 모두 마치고 분리충격 시험만 남아있다”며 “연말이면 위성 상태 점검은 끝난다”고 설명했다.
차중 위성 2호는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다. 항우연 주도로 만든 1호기는 올 3월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2호기부터는 KAI가 설계부터 제작까지 총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발사가 목표다. KAI 우주센터는 3~5호기 개발·제작도 맡는다. ‘메이드 인 코리아’ 양산형 위성 생산기지로 발돋움 한다는 계획이다.
우주센터는 이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2,644㎡(약 800평) 규모의 위성 조립실은 관련 장비를 들이고 구축하느라 바빠보였다. KAI 관계자는 “조립실이 완성되면 소·중·대형 위성을 한 장소에서 혼류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며 “어떤 위성 제작 주문이 들어와도 대량 양산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단일 위성 조립·시험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는 게 KAI 측 설명이다. 조립실이 완성되면 KAI는 대형 위성은 한 번에 6기, 중형은 10기, 소형은 20기를 동시 생산할 수 있다.
위성 전장품 제작도 양산화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까지는 인쇄회로기판(PCB)에 반도체 칩을 올리고 납땜하는 작업을 100%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보드 하나를 제작하는데 숙련자 기준으로 2주 정도가 걸린다”며 “양산화 장비인 리플로우 솔더링을 활용할 경우 리드 타입이 70% 정도 줄어 3일이면 보드 제작이 끝난다”고 설명했다.
누리호의 추진제 탱크를 제작한 종포공장도 방문했다. 누리호는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로 오는 21일 1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추진제 탱크는 엔진과 함께 발사체의 핵심 기술이다. 기술 이전이 불가능해 KAI가 수차례 실패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KAI는 국내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의 선봉에 섰다. 한창헌 KAI 미래사업부문장은 “위성, 발사체 매출 규모는 3년 단위로 2배씩 성장하는 중이다”며 “3년 후에는 연간 2,000억~3,000억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우주 사업 연매출 최대 기업은 KAI다.
KAI는 양산형 위성 및 발사체 제작, 위성 서비스 사업 추진으로 우주사업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한 부문장은 “우주사업은 위성·발사체 제작이라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시장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위성은 임무 기준으로 관측·항법·통신 부문이 있는데 항법, 통신 부문에 도전해 위성 서비스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담보돼야 한다. 한 부문장은 “위성, 발사체 사업은 긴 호흡을 가지고 진행되는 사업인데 1년 단위 예산과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여부에 따라 사업 실행 여부가 갈려 변동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민간 우주 사업 육성을 위해서는 긴 안목을 갖고 사업 계획 및 예산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성 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한 부문장은 “위성 제작, 납품만으로는 서비스 시장이 크는데 한계가 있다”며 “관측 위성을 예로 들면 정부가 1년에 몇 장의 위성 사진을 살 테니 민간업체에서 위성 제작과 운영까지 맡으라고 하는 방식이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천=서종갑기자
※‘서종갑의 헤비(HEAVY)뉴스’는 조선·해운·철강·기계·방산·상사 등 중후장대 산업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는 연재입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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