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가입 안 한다고 일감 빼앗은 민노총
민주노총 화물연대 참프레지회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들에게 배차 불이익을 주면서 일감이 줄어든 비조합원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프레지회 상급단체인 민노총 전북본부가 “노동자가 노동자를 탄압하면 안 된다”며 배차 정상화를 요구했지만, 참프레지회는 3개월 넘게 비조합원에 불이익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7년 동안 문제 없었는데”…노조 설립 후 시작된 갈등
참프레 전북 부안 공장은 지난 2013년 문을 열고 닭과 오리 등 가금류를 가공해 왔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참프레는 물류회사 2곳과 운송 계약을 맺었고, 물류회사들은 화물차를 보유한 개인사업자(지입차)와 계약을 맺고 화물을 운송했다.
화물기사 강모(41)씨도 이때부터 물류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생활했다. 7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일해오던 강씨의 일상이 무너진 건 지난해 말 민노총 화물연대 참프레지회가 설립되면서다.
당시 강씨는 “노조 활동보다 일에 집중하는 게 낫다”며 참프레지회에 가입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부터 일했던 화물기사 박모(46)씨도 노조 가입을 거부했다.
참프레지회 조합원들은 수차례 노조 가입을 권유했지만, 강씨와 박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참프레지회 관계자는 “참프레가 수년 동안 물류비용을 올려주지 않고 폭리를 취하면서 노동 환경이 계속 나빠졌다”며 “50여명의 기사가 이런 노조 설립 취지에 공감하고 가입했지만, 강씨와 박씨는 끝내 참여하지 않고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결국 참프레지회는 강씨와 박씨를 배제하고 물류회사에 단체 협약을 요구했다. 요구 사항엔 ‘배차에 관련된 모든 권한을 참프레지회에 위임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물류회사는 “배차권은 당연히 회사가 가져야 한다”며 버텼지만, 닭과 오리 소비 성수기(7~9월)를 앞두고 배차 거부를 무기로 실력 행사에 나선 참프레지회의 요구에 결국 두손을 들었다.
◇비조합원 “배차 불이익으로 매출 60% 줄었다”
참프레지회와 물류회사는 지난 6월 30일 단체 협약에 합의했다. 합의서엔 ‘배차를 참프레지회가 지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조합원(강씨·박씨) 계약이 끝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만약 계약 기간 중 비조합원이 참프레지회를 비하하거나 와해하는 행위 적발 시 물류사와 협의해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물류사에 따르면 강씨와 박씨는 단체 협약 이후 가장 낮은 배차 순번인 59~60번을 고정으로 부여받았다고 한다. 하루 100대 물량이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1번에서 60번까지 1회 운행하고, 1번부터 40번까지 한 번 더 운행하는 방식이다. 다음날엔 전날 41번에 배정됐던 기사가 1번이 되는 구조다. 순서대로 배차를 받는다면 강씨와 박씨는 다음날엔 19~20번이 돼야 하는데, 이들은 다음날에도 59~60번이 됐다. 두 기사는 매일 순번이 59~60번으로 고정돼 배차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물류사 관계자는 “7~9월 여름 성수기에 보통 기사 1명당 900만원에서 12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강씨와 박씨의 매출은 민노총 조합원의 40%밖에 되지 않았다”며 “닭과 오리를 농장에서 공장으로 가져올 때 거리에 비례해서 운임 단가가 정해지는데, 강씨와 박씨는 매번 가까운 거리에 있는 농장에만 배차돼 운임 단가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성수기엔 하루에 많게는 3번까지 운행할 수 있는데 한 번으로 일감이 줄었고, 물량이 부족하면 운행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며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감을 뺏은 전형적인 민노총의 갑질”이라고 했다. 박씨는 “많게는 월 700만원의 손해를 봤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수년간 현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면서 심리적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전북 지역의 한 변호사는 “물류회사가 배차권을 가지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게 아닌가”라며 “화물연대가 맺은 단체협약은 배차권을 무기로 비조합원을 차별한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강씨와 박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노동부에도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배차 불이익은 99일 동안 이어졌다. 강씨와 박씨가 배차권 남용을 이유로 참프레지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까지 나서 비판 성명을 내자 지난 8일부터 정상 배차가 진행했다.
참프레지회 관계자는 “노조를 설립할 당시 강씨와 박씨가 노조를 와해하려고 했고, 임금 협상에서도 노조가 어렵게 인상안을 관철하는데 기여한 바가 없다”며 “나중에 이들이 노조에 들어오려고 했지만, 대다수 조합원의 반대로 받아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민노총 노조도 ‘노노 갈등’
지난달 30일엔 생산 물량이 모자라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 물량을 나눠주는 문제를 놓고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원들이 같은 민노총 소속인 전주공장 노조 간부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노사가 모인 가운데 열릴 예정인 고용안정위원회에 참석하려던 전주공장 노조를 울산 4공장 노조가 막다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주공장 노조의 대표인 A 의장이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갔다. 전주공장 노조는 “(울산 4공장 노조가) 본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역위원회 지도자 동지를 집단 린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울산 4공장의 생산 물량 중 일부를 전주공장에 넘겨주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개최가 무산됐다.
현대차 노조가 갈등을 빚은 이유는 공장 간 물량 배분 때문이다. 현대차는 울산·전주·아산 등에 공장이 있는데 공장별로 생산 차종이 정해져 있다. 1995년 세워진 전주공장은 버스나 대형 밴 같은 상용차를 주로 생산한다. 최대 생산 능력은 10만5000대 수준이지만 현대차의 상용차 판매 부진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지난해에는 생산량이 3만6000대까지 줄었다. 이로 인해 일부 직원은 기아차 공장 등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고, 휴업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 4공장은 상황이 정반대다. 주력 생산 모델인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1t 트럭 ‘포터’ 모두 주문량을 생산량이 못 따라가고 있다.
이번 고용안정위원회는 전주공장 생산 물량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현대차 측은 울산 4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타렉스의 후속 모델인 ‘스타리아’의 생산량 3만6000대 중 약 8000대를 전주공장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울산 4공장 노조가 ‘스타리아는 안 된다’며 물리력을 행사해 이를 막았다. 노조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일 스타리아 8000대를 전주공장으로 이관하기로 합의하면서 밥그릇 싸움은 일단락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선관위, 현수막에 ‘내란공범’은 OK…’이재명 안 된다’는 NO
- 독일서 차량 돌진, 70명 사상…용의자는 사우디 난민 출신 의사
- 전·현직 정보사령관과 ‘햄버거 계엄 모의’...예비역 대령 구속
- ‘검사 탄핵’ 해놓고 재판 ‘노 쇼’한 국회…뒤늦게 대리인 선임
- “너무 싸게 팔아 망했다” 아디다스에 밀린 나이키, 가격 올리나
- 24년 독재 쫓겨난 시리아의 알-아사드, 마지막 순간 장남과 돈만 챙겼다
- 검찰, 박상우 국토부장관 조사...계엄 해제 국무회의 참석
- 공주서 고속도로 달리던 탱크로리, 가드레일 추돌...기름 1만L 유출
- “이제 나는 괜찮아, 다른 사람 챙겨줘” 쪽방촌 할머니가 남긴 비닐봉지
- 구찌, 국가유산청과 함께 제작한 경복궁 교태전 벽화 한시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