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스스로 만들어 내는 스트레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1. 10. 16. 11: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행동'으로 연결할 수 없는 걱정이나 스트레스는 가급적 미루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면 우선 살아가는 한 해야 할 일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해야 할 일을 100% 해내고 해야 할 일 목록을 완전히 없애는 데 많은 노력을 들이기보다 70% 정도만 해도 만족할 필요가 있다.

비슷하게 스트레스의 존재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스트레스의 존재를 받아들일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해야 할 일 목록이나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하는 등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매일매일 실패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해야 할 일과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불필요하게 '스스로 만들어 내는 스트레스'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중에 각종 업무로 시달리고 있으면서 주말까지 이런저런 약속과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채워 두고는 각종 의무감과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이 한 예다. 봉사활동, 모임, 공부 시간 등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어느새 업무 시간 못지 않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인간은 쉽게 고장나므로 섬세하게 관리해줘야 하는데 이렇게 주말에도 쉬는 시간을 조금도 갖지 못하는 경우 어느새 번아웃에 시달리면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고 호소하기 십상이다. 

이밖에도 적당히 하면 되는 일에 지나친 성취욕을 부리면서 완벽하게 해내겠다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경우, 이미 지나간 과제나 업무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며 걱정을 하는 경우, 실수나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패로 인해 삶 전체가 망할 것 같다며 과대해석을 하는 경우 모두 스스로 만들어낸,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에 해당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만족스러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다수의 연구들에 의하면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시간의 압박을 받거나 평가에 대한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 잔뜩 굳어서 평소에 잘 하던 일도 못하게 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일부러 압박이 많은 환경을 찾아나서는 등 스스로를 괴롭히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러운 몸의 리듬에서 벗어나서 지나치게 일찍 일어나려고 애쓰는 것 또한 일정 부분 스트레스를 추구하는 문화의 영향이 있는 듯 하다. 

미래로 미뤄도 되는 스트레스를 당겨서 미리 받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꼭 해야 하는 일들이나 이와 관련된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것들이지만 지금 걱정하며 스트레스를 잔뜩 받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면, 이런 스트레스는 가급적 미루는 것이 좋다. 일찍 당겨서 스트레스를 받아봤자 몸과 마음만 망가질 뿐 실질적인 변화나 문제 해결을 가져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즉 '행동'으로 연결할 수 없는 걱정이나 스트레스는 가급적 미루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특정 나이대와 해야 할 일을 연결짓는 경향이 있어서 20대에는, 30대에는 꼭 무슨 일을 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입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특정 나이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란 실제보다 우리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이 또한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실패를 늘이는 경우에 가깝겠다. 

지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다면 쭉 적어보고 혹시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거나 불필요하게 당겨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