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뛸 동네가 아닌데 이상하다 했더니"..신고가 거래 후 계약 취소 여전
전체 주택매매 중 5.7% 거래 후 계약취소
벌금보다 이익이 더 커 실거래 조작 횡행
"허위거래 신고 처벌자 대상 거래 허가제 도입해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1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부동산실거래 시스템상 거래취소공개건수는 전체 주택매매 334만4228건 가운데 18만9397건(5.7%)이었다.
실거래가는 부동산 포털·앱 등을 통해 주가지수처럼 활용되지만, 실제 검증이 없어 공신력은 떨어진다. 주택 매매거래를 하면 30일 안에 실거래 신고를 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된 다음 신고를 하는 게 아니라 계약서 작성만 해도 등록을 하며, 이를 취소해도 별도의 불이익은 없다.
시스템 맹점을 악용해 거짓으로 부동산 거래를 신고한 후 해당 거래계약이 해제, 무효 또는 취소됐음에도 해당 신고관청에 신고하지 않는 식으로 실거래 가격을 높이는 자전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 진 의원은 "실거래시스템이 투기꾼들의 '합법적 놀이터'라고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기 실거래 신고를 했다가 취소하는 등의 자전거래, 허위신고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단 1건의 거래로 수백, 수천가구 아파트 시세나 호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례로 남양주 A단지는 자전거래 이후 현재까지 28건(국토부 부동산실거래분석 기획단 자료 참조)의 거래에서 약 17% 높아진 가격이 지속됐고, 청주 B단지의 경우 현재까지 6건의 거래에 약 54%의 높아진 가격으로 유지됐다. 또 창원 C단지의 경우 자전거래 이후 약 29% 높은 가격에 15건 거래되다가 7개월 다소 하락했다.
앞서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세종과 서울에서도 매매가 취소된 아파트 거래이 절반 가량이 '신고가 거래'였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던 지역에서 매매거래 취소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전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매했다가 이를 취소하며 가격을 띄우는 '가격 부풀리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디스코가 국토교통부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매매된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 12만9,804건 중 2.53%에 달하는 3,279건이 거래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서울과 세종 등 작년 한해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지역의 실거래 취소율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취소된 실거래 내역 중 신고가를 경신한 거래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경기(12.9%), 인천(10.5%), 대구(20.0%), 충북(3.7%) 등 다른 지역들도 취소율이 낮지는 않았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시세 왜곡에 대한 지적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월에는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시자 왜곡 행위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허위로 신고가 계약을 국토부 실거래가 데이터에 올려 시세를 형성하고 다른 거래가 그 금액보다 조금 낮은 금액으로 체결되도록 유도한 뒤, 슬그머니 계약 취소를 신고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토부도 주택 거래 계약 취소 시 기존 거래 정보가 단순 삭제되면 시장 교란 행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월부터 거래 정보를 삭제하는 대신 취소된 사실을 표시하고, 취소일을 공개하기로 변경했다.
하지만 단순한 거래 취소내역 공개에 대해 시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조치라는 우려가 많다. 투기세력이 교란한 시세에 맞춰 일반인들이 거래를 한 이후 취소를 해 결국 피해자를 구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현행 부동산거래신고법 및 공인중개사법을 보면 부동산거래 시스템상 허위신고는 개인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공인중개사에게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실거래 조작으로 내야하는 벌금보다 이익이 훨씬 더 커 실거래 조작이 횡행하고 있다.
진 의원은 "실거래 시스템 허위신고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특정세력이 시장가격을 올리는 투기의심 거래 발생시 이를 경고토록 하는 시스템을 발굴하고, 거래 취소사유의 경우에도 투기의심, 단순변심 등 그 사유를 명확하게 기재할 필요가 있다"며 "허위거래를 한 당사자가 투기적인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허위거래 신고 처벌자의 경우에는 부동산거래 허가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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