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단체는 동네북?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란 말인가 [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1. 10. 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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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국회사진기자단


지난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회의원들이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장애인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15명 안팎 국회의원들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조현재 공단 이사장, 정진완 장애인체육회장, 유병채 문체부 체육국장을 질타했다.

일단 국회의원들은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나왔다. 과거 국정감사처럼 엉뚱한 질문,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나름대로 논리와 입장이 있었다. 앞으로 국정감사 논의 사항들을 차근차근 분석해보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지금은 그에 앞서 국정감사를 지켜본 소감만 간략하게 적는다.

우선, 소위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경우가 많았다. 공자님 말씀처럼 들리지만 사실상 정책이 개선되기 어려운 부분들이 적잖았다. 그건 해당 업무 주요 소관이 문체부, 대한체육회, 공단 소관이 아닌 게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 운동부 존폐를 결정하는 권한은 교육부에 있다. 대한체육회, 장애인체육회, 공단은 학교 운동부 유지 또는 창단을 원한다. 그런데 일선 학교장, 다수 교사, 교육청, 교육지원청이 운동부를 꺼려하는 경향이 짙다. 학교 운동부가 줄어드는 걸 막고 창단까지 유도하고 싶다면 교육부를 다그쳤어야 했다. 체육시설 인프라 확충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공단이 사업공모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재원, 부지 확보, 주민 의견 수렴, 시공자 입찰, 시설 건립, 시설 운영 방안 등 주요 업무는 지자체가 해야한다. 지자체가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행정력과 재정을 사용할 의지가 없다면 공단을 아무리 다그친들 인프라 확충은 어렵다. 공공스포츠클럽도 마찬가지다. 문체부, 대한체육회는 클럽 확대를 위해서 추가 공모까지 계속 하고 있다. 그런데 신규사업 실행을 꺼려하는 지방체육회, 지자체 체육 관련 부서가 공모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 지역 단체장을 설득하면 클럽은 쉽게 유치할 수 있다.

예산은 늘려주지 않고 돈만 더 쓰라는 듯한 요구도 억지스럽다.

국회의원들이 원하는 일을 하려면 예산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국가 체육예산 중 80% 안팎이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충당된다. 기금은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 사업을 통해 마련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토토, 경륜, 경정 등을 사행산업으로 묶고 규제를 거듭하고 있어 기금 증대가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자체가 축소되면서 기금 마련은 더욱 힘들어졌다. 정부는 체육 관련 중앙 정부 예산을 크게 늘릴 생각이 거의 없다. 문광위 국회의원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기금을 늘려주지 않고 사업만 더 하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코로나와 관련돼 오락가락하는 정치권 압박도 웃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때문에 공공체육시설을 거의 모두 닫았고 학교 운동장도 거의 모두 폐쇄했다. 동네 곳곳에 있는 간단한 운동기구에도 빨간 띠를 둘러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대회는 크게 축소해 운영되거나 아예 열리지 못했고 프로스포츠도 무관중으로 열렸다. 전국체전도 추석 연휴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고등부만 참가하는 방식으로 축소됐다. 체육계는 정상적인 개최를 원했고 문체부도 노력했지만 코로나 시대 절대 권력을 가진 질병관리청이 반대했다. 체전 축소 개최는 질병관리청이 결정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국회의원, 스포츠혁신위원회 등은 성적지상주의에 빠져 있다며 스포츠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운동선수가 메달, 성적, 기록을 추구하는 게 마치 잘못된 것인 양 정치력과 행정력을 무자비하게 행사했다. 그런데 지금은 도쿄올림픽 부진을 비판하며 대책을 마련하란다. 그들은 체육계가 최근 2년 동안 숱한 고초와 무시를 당할 때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체육계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라는 말인가.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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