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보이고, 들리며 손끝에 느껴지는 수학을 기획하는 사람들

이승재 독일 빌레펠트대학교 수학과 박사후연구원 2021. 10. 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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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수학박물관의 상징 중 하나인 바퀴가 사각형인 세발자전거. 수학동아 DB

많은 수학자들이 지금도 수학과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학 전시행사를 기획하거나 체험관을 운영하는 일은 수학 대중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인간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각들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체험하고 학습하게 되죠. 반면 수학은 추상적인 과정을 거쳐 본질을 꿰뚫는 학문입니다. 이런 수학의 본질은 수학을 체험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됩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수학 대중화 전문가는 수학을 보고 듣고 만질 수 있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수학을 학문적으로 배우는 수준에 머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런던 과학박물관 수학 전시관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의 수학 전시관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루니 박사는 그런 대표적 인물 중 한명입니다. 루니 박사와의 첫 만남은 2016년 9월 이뤄졌습니다. 루니 박사는 2016년 12월 8일 수학 전시관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런던 과학박물관은 1857년 만들어진 전시관으로 1909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수학 전시관은 1975년 과학박물관의 일부로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수학 전시관이 너무 지루하게 구성돼 인기가 없었습니다. 수학에 관심 많은 관람객들이 꾸준히 수학 전시관을 재단장해서 다시 문을 열어달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제가 루니 박사를 만났던 순간은 숱한 난관을 거쳐 결실을 맺기 직전이었던 셈입니다. 

루니 박사와 수학 전시관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놀란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체험 전시관은 유아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계합니다. 그런데 루니 박사는 이와 반대로 성인, 특히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전시관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고 합니다. 전시관 개관을 준비하는 기간 중 2년 동안 영국 정부와 함께 대규모 통계조사를 실시해 얻은 결과에 따르면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큰 세대는 학생들이 아니라 40~50대였습니다.

루니 박사는 이 결과를 통해 수학을 싫어하는 부모를 둔 자녀가 수학을 좋아하기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그래서 수학을 가깝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선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이 흥미를 느낄만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 겁니다. 그 결과 수학 전시관은 ‘전쟁과 평화’, ‘돈’, ‘삶과 죽음’ 같은 우리와 조금 더 가까운 주제로 나눠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첨단 수학 전시 플랫폼 ‘이매지너리’

이매지너리 행사에 전시된 방정식을 활용해 만든 아름다운 미술 작품들. 이매지너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누구든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승재 제공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운영되는 수학 전시 플랫폼이자 같은 이름의 수학 전시행사를 기획하는 비영리단체 이매지너리(IMAGINARY)의 창립자 안드레아스 맷 대표입니다. 사실 맷 대표와 국내 수학계는 인연이 깊습니다. 바로 2014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 기간 동안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와 이매지너리가 공동 체험 전시를 열었던 것이 첫 인연입니다.  그 뒤로도 계속 협력해 지금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이매지너리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맷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매지너리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온라인 수학 전시 플랫폼’입니다. 특정 전시관이나 체험전에 묶여있는 기존의 전시개념에서 벗어나 누구나 컴퓨터가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전시하는 방식입니다. 맷 대표는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은 사람이 손쉽게 수학을 체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해요. 그래서 체험 프로그램 역시 터치스크린,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첨단기술에 부합하는 수학 전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60여 개국이 운영하는 수학 전시관이 이매지너리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수학을 즐기는 법

미국 국립수학박물관의 관장인 신디 로렌스와 2016년 영국에서 열린 MATRIX 행사에서. 이때 인연을 계기로 뉴욕에 있는 국립수학박물관을 직접 방문해볼 수 있었다. 이승재 제공

미국 뉴욕에 있는 국립수학박물관 모매스(MoMath)의 신디 로렌스 관장입니다.

미국 국립수학박물관은 매스 미드웨이(Math Midway), 매스 인카운터즈(Math Encounters) 등 체험형 이동전시를 운영한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수학박물관입니다. 매스 미드웨이는 네모난 바퀴로 움직이는 세발자전거를 직접 타보며 수학을 느끼는 체험형 전시회이고, 매스 인카운터즈는 수학의 매력을 전달하는 무료 동영상 강좌입니다. 국립수학박물관은 앞서 소개한 두 전시관과 비교하면 전통적인 형태로, 오감 체험을 중심으로 설계된 박물관입니다.

수학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밌게 즐기는 것이라고 신디와 운영자들은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립수학박물관의 전시물은 수학을 몰라도 재밌게 체험할 수 있는 놀이기구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학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국립수학박물관’에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만으로도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그저 흥미 위주의 체험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에요. 수시로 대중을 위한 초청강연을 진행하며 일반인들에게 수학 문화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학 대중화 전문가들이 모이는 곳

미국 국립수학박물관, 이매지너리, 영국의 수학대중화 단체인 매스 월드uk는 2016년 매트릭스(MATRIX)라는 학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수학 체험전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험을 공유하고 더 좋은 수학 대중화 활동을 연구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저도 참석해 전 세계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수학 대중화 활동들을 알게됐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다양한 전시관을 방문하고 담당자들과 얘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9월 8~9일 ‘매트릭스이매지너리(MATRIXIMAGINARY)’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취지의 행사가 열렸습니다. 아직도 전 세계에 퍼져있는 코로나19 탓에 인터넷으로 진행됐지만 수학 대중화에 헌신한 분들이 참석한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수학이 즐거운 학문임을 알리는 건 수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목표이자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분들을 통해 더 재밌는 수학 체험 전시관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관련기사

[옥스퍼드 박사의 수학 로그] 제22화. 수학 체험관에 진심을 담은 사람들

 

[이승재 독일 빌레펠트대학교 수학과 박사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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