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고급 인력, 비행기 대신 '메타버스' 태우는 시대"
(지디넷코리아=김윤희 기자)"필리핀, 태국 등에 판매된 고객사 전투기가 시간이 지나 노후화돼 엔지니어 파견이 필요했다. 비자를 받는 데만 상당 시간이 걸리고 비행 시간도 만만찮게 걸렸다. 증강·가상현실(AR·VR) 기술을 사용해 현지 엔지니어가 글래스 제품을 착용하고, 기기를 바라볼 때 정비 방법 등의 정보가 나타나게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정현석 한컴프론티스 대표는 인터뷰에서 회사가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0여년 전 회사가 설립될 당시의 정체성은 신뢰성 분석 컨설팅 기업이었다. 국방 분야 등에서 기기의 고장 시점 예측을 비롯한 사전 정비를 지원해왔다.
정현석 대표는 사업 도중에 발생하는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AR·VR에 관심을 두게 됐다. 무기에 대한 정비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는 몸값도 높을 뿐 아니라, 육성에도 고비용이 따랐다. 그런데 해외에서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낭비되는 시간이 막대했다. 이런 인력이 직접 현지에 가지 않고도 기기를 살펴보고, 필요한 교육도 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가상 공간을 주목했다.
'VR 문외한'으로 시작했지만 꾸준히 성과를 거뒀다. 오랜 기간 동안 국방 무기 체계에 대해 쌓은 난이도는 타 기업이 따라잡을 수 없는 차별점으로 작용했다. VR 기업으로 탈바꿈한 지난 6년간 급성장한 배경이다.
회사는 최근 한글과컴퓨터그룹의 메타버스 전문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전부터 강점을 갖고 있던 국방 분야 외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 과정에서 한글과컴퓨터가 지닌 경쟁력을 접목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메타버스 내에서 업무, 경제활동 등 확장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 요소 결합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컴그룹 편입으로 기대하는 시너지는?
"현재 메타버스에 투입되는 기술적 요소는 중소기업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 VR, AR은 하더라도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속에서 AI를 통해 구현될 메타 휴먼, 여기에 필요한 챗봇 기술 등이 접목돼 나아가야 하는데 프론티스로선 그런 기술이 없었고, 필요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불가능토큰(NFT)도 가상 공간 내에서의 경제 생태계 구현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컴은 계열사를 통해 여러 기술 역량을 갖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공공기관, 국방, 교육계 등 '한컴 오피스' 사용자 규모가 약 1천500만명 가량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가 사용자 기반이고, 여기에 결합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감안하면 시장에 조기 진출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어떤 메타버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나.
"약 2년 전쯤 SI성 성장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투입돼야 하는 인력도 너무 많고, 고객사들은 또 최대한 빨리 솔루션을 만들어달라고 하니 내부 인력들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보다 발전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자체 서비스 플랫폼을 준비해왔다.
가상교육 및 가상회의 플랫폼 ‘XR판도라’를 만들었고, 주 타겟은 '줌'이다. 저희처럼 B2B, B2G 거래처가 많은 회사는 연구소에서 보안 관련된 업무 내용 대부분에 대해 줌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런 부분을 노렸고, 마침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박차를 가했다. 줌은 2차원적인 형태이고, XR판도라는 VR 헤드마운드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해 가상회의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아바타를 선택해 회의도 하고, 같이 영상이나 문서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설계했다. 가상회의 공간 내에서 한컴 오피스 사용도 된다.
온프레미스 형태로 구축 가능한데, 가령 학교라면 전산실에 솔루션을 설치하면 학교 전산망 내에서만 콘텐츠가 유통되는 방식을 취해 외부 공격을 방어하도록 했다. 구독형도 준비하고 있다. 개인이 회의방을 개설해 참여자를 초청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공공기관에서 원격근무 솔루션으로 활용할 여지도 충분하다. 학교 30곳 이상이 XR판도라 도입 의사를 밝혔고, 중소기업 연수원이나 금융권 등 영업 진행 중인 곳이 100여군데 넘게 있다."
-HMD 기반 메타버스가 대중화될 수 있을까.
"대중화 시기는 향후 3~5년 정도로 보고 있다. 기술 고도화에 따라 HMD의 하드웨어적인 부분들이 상당히 바뀔 것이다. 페이스북이 향후 5년 내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페이스북 생태계에 25억명의 사용자가 존재한다. 이들을 전부 메타버스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이다. HMD 제품 '오큘러스'도 갖고 있다. 신제품을 보면 작년엔 예상 못한 정도의 가격대와 품질을 보여줬다. 하드웨어 상의 문제 때문에 HMD 메타버스가 대중화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현재 발표되는 시제품 형태는 거의 안경에 가까운 수준이다. 페북뿐만 아니라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은 HMD를 준비하고 있다. 단기적 성공보다, 장기적으로 메타버스 생태계를 장악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컴프론티스도 그런 방향을 적합하게 보고 있다."
-한컴그룹 서비스로 준비되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기획 방향은?
"XR판도라 외 한컴그룹 차원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B2C 플랫폼으로 구축될 것이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진정한 '세컨드 라이프'라는 방향성을 띌 예정이다. 특정 산업 분야에 국한돼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사람을 아바타로 재현해 다시 만나거나, 미래 도시에서의 삶을 체험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국내 대표 메타버스로 구축하고자 한다."
-메타버스의 확산 과정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은 산업별 메타버스가 별도로 등장하고 있다. 이벤트 개최나 전시 등의 목적을 띈 메타버스들이 보인다. 의료나 국방 등 산업적으로 활용하려는 낌새도 조금씩 관찰되고 있다. 각자 목적에 따라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플랫폼들이 하나로 묶여지지 않을까 싶다. 각 플랫폼이 하나의 서비스가 되고, 어떤 서비스에서 썼던 아바타가 그대로 다른 플랫폼으로 건너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으로 통합된 공간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다. 그러면서 메타버스 공간 내 오브젝트들이 희소성 있는 가치로서 구현되면, 경제적 투자 가치도 갖게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메타버스 대중화를 위해 향후 기술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메타버스는 여러 기술 요소가 융합돼야 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SW)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통신 및 데이터처리 규모를 인프라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현재도 SW 기술 수준은 매우 높다. 인프라가 뒷받침된다면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수준으로 가상공간을 구현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는 메타버스가 잘 하는 회사들을 위주로 포장이 많이 돼 있다. 사람들이 당장 메타버스 서비스에 열광을 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메타버스라는 문화를 습득하는 기간이 지나면 메타버스를 사람이 사는 공간의 하나로, 일상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김윤희 기자(ky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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