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 승인 앞둔 '비트코인선물 ETF', '비트코인 ETF'와 달라?

이정훈 2021. 10.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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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CNBC "SEC, 내주초 비트코인선물 ETF 승인"
비트코인선물은 CME서 거래..가격조작 등 통제 기대
선물 ETF, 투자금 10%안팎 선물매수..가격견인효과 낮아
현선물 가격차이, 만기 롤오버 등으로 투자위험성 높아
향후 현물 ETF 허용돼야만 金과 같은 장기랠리 기대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은 6만1300달러까지 넘어서면서 지난 4월 이후 반 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오랫동안 인기 있는 간접투자상품인 ETF를 고대해 온 가상자산시장으로선 환호할 수밖에 없는 호재다. 네이트 게라치 ETF스토어 대표는 “디지털자산이 전통 금융시장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ETF 등장으로 투자자 저변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신들 “SEC, 내주 초 비트코인 선물 ETF 승인”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프로셰어, 인베스코가 각각 출시 신청을 한 비트코인 선물 계약을 기반으로 만든 ETF 상품에 대해 SEC가 곧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경제전문매체인 CNBC도 이를 공식 확인하면서 “SEC 승인이 현실화할 경우 오는 19일부터 프로셰어의 비트코인 ETF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된다”고 보도하며 이런 기대감에 힘을 실었다.

아직까지는 다음 주 초 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한 출시 승인을 내릴 지 확신할 순 없으나, 분위기 상으로는 사실상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는 앞서 지난 8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한 포럼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한 계기로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뮤추얼펀드에 관한 SEC의 엄격한 규정을 준수하는 비트코인 ETF라면 필수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한 뒤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돼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그런 ETF 상품에 대해 SEC 직원들이 검토해 보기를 원한다”고 했다.

`비트코인 ETF` 안되고, `비트코인 선물 ETF`는 되고?

다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번에 SEC가 승인하는 상품이 `비트코인 ETF`가 아닌 `비트코인 선물 ETF`라는 것이다. 그동안 비트코인 ETF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SEC가 왜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선 다른 태도를 보이는 지를 봐야 한다.

알다시피 그동안 SEC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시세 조작 가능성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 ETF를 허용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스탠스 역시 변하지 않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되는 CME는 전통적인 파생상품 거래소로, 이미 미국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과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그런 염려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가상자산 거래소는 미국 내에서 주(州) 단위로 모두 다른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CME 비트코인 선물은 연방정부 단위로 규제하고 있어서 훨씬 더 규제하기 수월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도 보인다. 또한 비트코인 선물은 투자자들에게 요구하는 최소 증거금(마진) 수준이 높다 보니 거래에 참가할 수 있는 투자자를 제한할 수 있으니 투자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이를 종합해 보면, 겐슬러 SEC 위원장은 규제가 잘 이뤄지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규제 수위가 낮은 비트코인 현물시장에 대해서는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금(金) 장기랠리 이끌었던 ETF 출시에 대한 기대

여기서 궁금증은 대체 비트코인 ETF는 무엇이고, 비트코인 선물을 기초로 하는 ETF는 무엇이 다르고, 왜 비트코인 현물을 기초로 하는 ETF는 안되는데, 비트코인 선물을 기초로 한 ETF는 될 수도 있다고 하는지, 그렇게 비트코인 선물 ETF만 승인을 받으면 가상자산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 지다.

일단 ETF란 주식이나 채권, 원자재(커머디티) 가격은 물론이고 이들을 기초로 하는 주요 가격지수가 오르내리는 만큼씩 수익률이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한 일종의 인덱스펀드인데, 여러 사람 돈을 모아서 투자하는 상품이니 넓은 의미로 뮤추얼 펀드이기도 하다. ETF는 펀드에 가입하는 절차가 따로 없이 개별 주식처럼 주식시장에서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특히 금(金)이나 원유처럼 현물을 직접 사고팔 때 보관 등이 불편한 투자자산은 선물로도 투자할 수 있도록 ETF를 설계하기도 한다.

금 ETF 허용 이후 ETF의 금 보유량과 가격 추이

이런 장점 덕에 2004년 첫 ETF가 등장한 뒤로 금 가격은 엄청난 상승랠리를 보였다. 금 ETF가 봇물처럼 생겨나면서 투자금이 유입되자 이 ETF들은 금시장에서 금을 공격적으로 사 들어갔고, 이는 금값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비트코인시장에서도 이런 과거의 학습효과가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을 손꼽아 왔다.

`선물 ETF`, 현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성

그러나 현물 ETF와 선물 ETF는 엄연히 다른 상품으로, 둘 사이의 차이를 따져봐야 한다.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는 투자금 전부로 현물을 매수한다. 만약 10억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주 ETF라면 투자금 10억원으로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식을 사서 반도체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한다. 반면 선물 ETF는 증거금 거래(margin trade)를 하기 때문에 통상 10분의1 정도만 해당 자산의 선물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채 등을 사서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는다. 이 때문에 선물 ETF는 현물 ETF에 비해 초과 수익을 낼 기회가 있지만, 반대로 선물가격의 변동성이 크면 투자 손실을 볼 위험이 더 커지게 된다.

또 하나의 차이는 선물 롤오버(Rollover·만기이월)라는 변수다. 현물이야 한 번 사서 계속 들고 있으면 되지만, 선물은 통상 1개월 내지 3개월 정도 만기가 존재하는 만큼 만기가 지나면 그 선물 상품은 다음 월(月)에 만기가 오는 상품으로 대체하는 롤오버를 해야 한다. 이 때 자산 가격 흐름이 양호할 것으로 본다면 만기가 다음에 오는 상품 가격이 더 비쌀 것이고, 이런 상황을 콘탱고(Contango·정상시장)라고 한다. 가격이 더 싼 선물을 팔고, 더 비싼 다음 만기의 선물을 사야 하니 ETF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또 시장 상황에 따라 롤오버가 잘 안될 땐 ETF 수익률이 확 떨어질 수도 있다.

현물과 달리 `선물 ETF`, 직접 가격견인효과 떨어져

무엇보다 선물 ETF는 해당 자산의 선물을 사는 것이지, 현물을 직접 매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현물 가격을 끌어 올리지 않는다. 물론 선물 가격이 올라가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현물 가격이 덩달아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비트코인 ETF를 고대하던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선물 ETF 허용은 상대적으로 덜 반가운 소식인 셈이다.

특히 비트코인시장이 강세장일 경우 미래 가격 상승에 기대감이 큰 만큼 현물보다 선물 가격이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으면서 형성될 수 있고, 약세장에서는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낮게 할인될 수 있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따라가도록 설계된 것이 아닌 만큼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에 주력하는 투자자가 늘어나 시장에 교란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비트코인 선물 ETF 승인이 향후 현물 ETF 승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선 또다른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선물 ETF 승인은 궁극적으로는 현물 ETF 허용으로 가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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