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참치캔·라면봉지 회사가 '배터리협회' 가입한 이유 [재미있는 에너지 이야기]

안태호 2021. 10.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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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조광페인트, 율촌화학, 동원시스템즈

위에 나열한 3개 회사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조광페인트는 회사 이름에서 보이듯 페인트(도료) 제조 및 판매 회사입니다. 율촌화학은 농심그룹 계열의 포장재 자회사입니다. 라면용 포장재를 만들죠. 동원시스템즈는 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의 자회사로, 참치캔 용기를 만듭니다. 언뜻 보면 겹치는 부분을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전기차 충전소가 전기차들로 가득 차 있다. 뉴스1

3개 회사의 공통점은 '한국전지산업협회'의 회원사라는 점입니다. 한국전지산업협회는 요새 뉴스에 자주 언급되는 '배터리' 제조와 관련된 사업을 벌이는 회사들이 모인 조직입니다. 율촌화학은 지난 2014년 3월, 조광페인트와 동원시스템즈는 각각 올해 1월, 3월에 회원사로 가입했습니다.
접착제가 배터리 열 방출한다?

조광페인트는 도료업체에서 정밀화학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도료 사업 외에도 △전기·전자 재료 △점·접착제 △에너지세이빙 등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 중 접착제 사업을 기반으로 2차전지 분야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모듈→팩 단계를 거쳐 최종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셀을 모아서 연결한 뒤 모듈을 만듭니다. 모듈을 모아서 만든 팩이 전기차에 탑재되는 최종 제품입니다. 셀의 형태는 크게 3가지입니다.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입니다.

사진 맨 위가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 가운데가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맨 아래가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 뉴스1

조광페인트가 노리는 시장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접착제 분야입니다. 파우치형 셀과 모듈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데요. 배터리가 충전 및 방전될 때 셀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이 열을 빠르게 밖으로 확산시켜주는, 열전도율이 높은 방열 접착제입니다.

조광페인트 관계자는 "방열 접착제뿐만 아니라 음극재 바인더도 연구 중으로, 2차전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며 "관련 정보를 얻고 다른 회사들과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 협회에 가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식품 담던 포장재, 배터리를 담다

동원시스템즈와 율촌화학은 각각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 케이스 시장에 출사표를 냈습니다. 기존 사업과 유사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동원시스템즈가 지분 전량을 인수한 엠케이씨가 제조하는 2차 전기용 원통형 케이스의 모습. 엠케이씨 홈페이지 캡처

동원시스템즈는 올해 3월 2차전지용 캔 제조업체 엠케이씨(MKC) 지분 전량 인수했습니다. 엠케이씨는 2002년 설립된 1차·2차전지용 원통형 캔을 전문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이미 자체 개발한 2차전지용 원통형 캔을 국내 배터리 업체에 납품하고 있었죠.

사실 동원시스템즈는 참치캔뿐만 아니라 유리, 캔, 플라스틱 등을 생산하는 종합포장재 회사로 거듭난 지 오래입니다. 그간 축적된 포장재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2차전지 캔 사업 진출에 나선 것이죠.

율촌화학은 배터리 파우치 필름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파우치형 배터리 외부를 감싸서 내용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알루미늄이 원재료로, 일본이 전 세계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율촌화학이 국산화에 나선 겁니다. 현재 국내 제조 3사와 공급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안산 소재 율촌화학 기술연구소에서 ‘제2차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주재, 생산설비를 시찰하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신규 진출사 多..'인재 추천해달라' 전화 이어져"

이들 기업이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에 서둘러 올라타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죠.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100만대로 예측됩니다. 2017년 세계 판매량인 110만대의 2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작년 99GWh에서 2025년 1243GWh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전지산업협회 회원사도 2017년 40여개에서 현재 105개로 늘어났습니다. 시장 규모가 더 불어날수록 회원사도 더 늘어날 테죠.

한국전지산업협회 정순남 상근부회장은 "배터리 사업을 새롭게 해보려는 기업들이 많다"며 "대표이사를 추천해달라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협회 회원사로 가입하지 않은 채 배터리 산업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도 있을 겁니다. K배터리가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뿌린 씨앗도 잘 자라 국내 배터리 산업의 한 축이 되길 응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K-배터리, 세계를 차지(charge)하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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