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기상청 슈퍼컴퓨터 헐값처분, 정말 나랏돈 낭비였나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기상청이 1000억원 이상을 들여 사온 슈퍼컴퓨터 3대를 고철값인 7920만원에 처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러나 기상청과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달랐다. 당시 기상청이 나름대로 폐기 처분 전 재활용 방안을 강구했고, 이를 무리하게 재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비용 낭비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기상청으로 제출받았다고 밝힌 '슈퍼컴 도입 및 사용 연한 만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쓰인 기상청 슈퍼컴퓨터 1호기(일본 NEC사 SX-5)는 166억원을 들여 도입했지만 120만원에 처분됐다. 2005년 485억원을 들여 도입한 2호기(미국 크레이사 X1E)와 2010년 541억원에 도입한 3호기 '해담'과 '해온'(크레이 XE6)는 두 개를 합쳐 7800만원에 처분됐다.
우선 1호기는 그 상징성을 인정 받아 시스템 2대 중 1대는 전시용으로 기상청이 보관 중이다. 3호기 '해담'과 '해온'은 본시스템을 제외한 일부 시스템과 부품을 고등과학원과 농업과학원이 나눠서 무상으로 가져갔다.
기상청이 KISTI와 달리 퇴역 슈퍼컴퓨터를 무작정 불용 처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내 슈퍼컴퓨터 운영 기관들은 사용 연한이 도래한 슈퍼컴퓨터를 처분하기 전 대학이나 정부 산하 기관에 수요 조사를 해 무상 인수를 조건으로 내걸고 인수자를 찾는데 기상청도 마찬가지였다. '해담'과 '해온' 일부를 2개 기관이 가져간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인수자를 찾을 수 있었다면 시스템이 수명을 이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신형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기관이 구형 기기를 계속 병행해 쓰는 것은 오히려 매년 수십억원의 운영 비용만 낭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4호기 '누리'·'미리'도 세계적으로는 500위권 안에 드는 성능이지만 올해 도입해 시범 운영 중인 기상청 5호기 '마루'와 '구루'에 비해 예측 성능이 12%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KISTI는 공랭식(공기로 시스템 발열을 냉각하는 방식) 컴퓨터를 사용했지만 기상청이 사용한 크레이는 대형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하는 수랭식(배관으로 물을 흘려 보내 시스템 발열을 식히는 방식) 시스템을 사용했다. 무상 이전시 공랭식 시스템의 이전 비용은 비교적 적고 수랭식은 냉각수 배관 등 추가 설비가 더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상청의 경우 무상 이전 수요 예측을 해도 애초에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KISTI는 현재 운영 중인 KISTI 5호기 '누리온' 도입 전 기기들을 모두 퇴역시켰는데, 기상청과 달리 이중 2008년 퇴역한 3호기와 2016년 퇴역한 4호기 '타키온'(선마이크로시스템즈 제조)·'가이아'(IBM 제조) 등을 각각 7개, 12개의 대학과 연구기관들에 무상 이전했다. 기상청 슈퍼컴퓨터에 비해 인수자 찾기가 쉬웠던 것이다. 1~2호기는 각각 국립중앙과학관과 KISTI 대전 본원에 전시용으로 쓰이고 있다.
기상청 3호기의 경우 일부 인수자를 찾을 수 있었던 것도 본시스템은 수랭식이었지만 그 외 부수 시스템과 부품 일부가 공랭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 분할 이전이 가능했다.
다만 추후 퇴역을 앞둔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 '누리'·'미리'의 일부는 수랭식 시스템임에도 재활용될 가능성이 전망된다. 3호기 일부 시스템을 가져갔던 농업과학원이 슈퍼컴퓨터 인프라 추가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 기상청 4호기 인수를 염두에 두고 필요한 설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관계자는 "4호기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운영될 예정인데 농업과학원이 일찍부터 무상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수랭식 시스템이라는 점을 고려한 기반 설비 구축 작업에도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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