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따라 걷는 가을길

2021. 10. 1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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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미연 앵커 ▶

요즘 날씨도 선선하고 야외에서 걷는 분들 많죠? 운동도 되고 좋은데요.

정부 차원의 통일걷기 행사가 올해 처음으로 열렸다네요.

◀ 김필국 앵커 ▶

네, 젊은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참가해서 군사분계선을 따라 최전방 지역을 함께 걸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비무장지대도 걸으면서 통일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는데요.

그 현장에 이상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지난주 월요일, 수십명의 시민들이 북한땅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모였습니다.

"평화를 걷다 통일을 꿈꾸다 통일걷기 2021 화이팅! 화이팅!!"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통일걷기는 이렇게 남북접경지역의 동쪽 끝, 고성에서 시작됐습니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강원도 접경지역을 횡단하는 8박 9일 여정의 출발.

둘째날엔 촉촉한 빗방울이 시민들의 발길을 적셨고, 고성에서 인제로 넘어가던 셋째날에도 추적추적 가을비가 이어졌습니다.

양구로 들어간 넷째날과 닷새째엔 드문드문 햇살이 나타나 접경지의 환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걷기 엿새째를 맞았던 지난 주말.

화천으로 넘어온 시민들이, 1980년대말 북한의 금강산댐 축조에 대응해 건설됐던 평화의 댐에 도착합니다.

[구본홍/경기도 광명] "아 이렇게 평화의 댐 오기가 힘드네요, 아 정말 풍광은 최고고요, 뭐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이 정도 힘든건 감수해야죠."

이제는 이 지역의 대표 관광지가 된 평화의 댐에서 라면밥으로 가볍게 점심을 한뒤 다시 걷기에 나서는 시민들.

이번 걷기행사엔 20대 젊은이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전국 각지에서 거의 전 세대를 아우른 40명이 참가했습니다.

"세분은 아시는 분들은 아니세요? 처음 보셨어요 오늘? (와서 만났어요) (와서 그냥 부산이라는 이유때문에..) 같이 동향이세요 세분이? (네)"

[이혜숙/경기도 화성] "우선은 제가 건강상의 이유로 갱년기..제가 어느날부터 걷기를 시작을 했는데 길 위에 서면 무한한 자유를 느끼게 된거죠. 그래서 이제 내가 걷는건지 다리가 걸어주는건지 또 자연이 나를 이끄는건지 모르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게 되면서 걷기에 몰입하게 됐죠."

[김정순/경기도 수원] "통일 어려운 길이잖아요. 지금 통일걷기도 상당히 어려워요. 그렇지만 어려워도 가야할 갈 길이 있기 때문에 계속 가거든요. 통일도 어려워요. 그렇지만 계속 가야합니다. (가시죠 그럼, 같이 가시죠)"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방향을 약간 북쪽으로 잡은 시민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민간인출입통제선입니다. 조금전 평화의 댐을 출발해 걸어온 시민들이 지금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수속을 밟고 있는데요. 저도 이들과 함께 들어가 북쪽으로 향해보겠습니다."

민통선을 통과해 이들이 향한 곳은 북한강을 가로지르며 남북의 물길을 조망할 수 있는 아담한 철교.

평화의 댐 건설을 위해 놓여진 조립식 철재다리로 지금은 군사용으로만 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세진/전북 군산] "주변에서 독려도 해주시고 이 지역에 대한 역사 문화 이런 내용들도 들려주시면서 덥고 힘들지만 그래도 시간가는줄 모른채 벌써 6일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엿새째 걷기를 끝낸 이들이 이날 밤을 지샐 숙소를 따라가봤습니다.

폐교 건물을 개조해 만들어진 숙박시설이었는데요.

부상투혼을 발휘한 50대 남성은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었고요.

[이춘섭/서울 강동구] "어휴 군대만큼 힘든 것 같은데요. (군대만큼 힘든데 왜 오신거에요?) 염원을 가지고 남북통일 기원하고 또 살면서 공동체 생활도 다시 해보고 그런 것 때문에 참여하게 됐죠."

친구처럼 친해진 예순일곱 동갑내기 주부들은 수다에 한창이었습니다.

[이윤희/황성숙] "공통점을 찾다보면 친해지잖아요. 뭔가 하나의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급격히 친해진거죠. (그게 나이말고 또 뭐가 있을까요?) 나이 말고 또 어떤 비밀?"

걷기 일주일째로 접어든 다음날 아침, 이번 걷기행사의 마지막 지역인 철원에선 다시 비가 쏟아졌습니다.

우산과 우비를 총동원해 걷는 고행길이지만 어디선가 나타나 길동무를 해주던 개 한 마리에 '통일이'란 이름도 붙여주며 힘을 내봅니다.

"통일아!" "통일아, 안녕!"

일제시대에 만들어졌다가 한국전쟁때 폭격으로 가운데가 무너져내렸다는 암정교를 거쳐, 마침내 도착한 DMZ.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비무장지대 DMZ 안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 용양보입니다. 북한과는 불과 2km도 떨어져있지 않은 곳인데요, 일제시대 건설됐던 금강산 전철 교각을 사용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난생 처음으로 마주한 DMZ는 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또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오롯이 새겨졌습니다.

[서정배/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 교육기획부장] "DMZ 이런 전방지역이 얼마나 분단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고 또 아름다운 생태 자연이 있고 이런 것들을 몸소 느끼게 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고요 이를 통해서 좀더 중장기적으로 보면 통일의 기운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잊지 않고 더 확산되도록 하는 그런 교육적인 효과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남북의 대치선을 따라 걸어본 국토횡단길.

그 길엔 여전한 산과 들이, 비와 바람이 있었고 그 자연과 함께 한 시민들의 한걸음 한걸음은 그 무엇보다 평화롭고 풍요로웠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307689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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