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인더스트리]국산 신약 역사는

강경래 2021. 10. 1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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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 카나브 패밀리 (제공=보령제약)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신약은 전에 없던 새로운 의약품을 말합니다. 통상 의약품이라고 하면 신약 외에 개량신약, 복제약(제네릭)도 포함하기 때문에 세상에 없던 의약품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 경우 신약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2021년(9월 기준)에 국산 신약은 총 3개 탄생했습니다. 유한양행 표적항암제 ‘렉라자’(31호)와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32호), 한미약품 바이오의약품 ‘롤론티스’(33호)가 그 주인공입니다. 가장 최근 국산 신약으로 등록한 33호 롤론티스는 암 환자에 발생하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와 예방 용도로 투여합니다. 32호 렉키로나주는 셀트리온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3상을 조건부로 허가받은 코로나19 치료제입니다.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은 34번째 국산 신약으로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이 시점에서 그동안 어떤 국산 신약이 있었는지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산 신약, 출발은 1997년 SK케미칼 ‘선플라주’

국산 신약, 그 출발은 SK케미칼 ‘선플라주’였습니다. 지난 1997년 식약처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은 SK케미칼 위암치료제 선플라주는 10년 동안 약 100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이 투입됐습니다. 첫 국산 신약으로 주목받았습니다만, 당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구요. 아쉽게도 현재 생산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금액을 투입한 사례로는 5호 국산 신약인 LG화학 ‘팩티브’가 꼽힙니다. 팩티브는 LG화학이 임상1상을 마친 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판권을 넘겨 글로벌 임상에 착수했습니다. 국내 임상은 LG화학, 글로벌 임상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LG화학이 각각 3000억원과 500억원, 약 3500억원을 팩티브 개발에 투입했습니다. 이후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의 파트너십 종료 후 신약 기술을 돌려받은 LG화학이 나머지 과정을 마치고 2002년 식약처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듬해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받으면서 국산으로는 첫 글로벌 신약이 됐습니다.

신약을 만드는데 무려 20년이란 기간이 소요된 사례도 있는데요. 14호 국산 신약으로 등록된 일양약품 ‘놀텍’은 지난 1988년 개발에 착수한 뒤 2008년에서야 식약처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놀텍은 십이지장궤양, 위궤양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국산 신약 중 ‘빅3’는 LG화학 ‘제미글로군’, 보령제약 ‘카나브 패밀리’,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케이캡’입니다. 우선 ‘제미글로’, ‘제미메트’, ‘제미로우’ 등으로 구성된 제미글로군은 2021년 상반기에만 587억원을 처방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560억원보다 4.8% 늘어난 수치입니다. 현 추세라면 제미글로군은 2019년 1008억원, 2020년 1163억원에 이어 2021년까지 3년 연속 1000억원 이상 처방 실적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LG화학이 2003년 개발에 착수해 2012년 말 출시한 제미글로군은 국산 신약 19호입니다. 출시 첫해 처방 실적은 56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복합제 제미메트 등을 출시하면서 2016년에는 500억원을 넘기고 2019년에는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매년 꾸준히 처방 실적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산 신약 한미약품 ‘롤론티스’까지 33종

제미글로군 뒤를 쫓는 국산 신약은 보령제약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입니다. 카나브 패밀리는 국산 신약 15호인 ‘카나브’와 복합제인 ‘카나브플러스’, ‘듀카브’, ‘투베로’ 등으로 구성된 제품군입니다. 카나브 패밀리는 의료진에게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면서 2020년 처방 실적 1039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2021년 상반기 처방액은 전년 동기보다 16.1% 늘어난 564억원이었습니다. 카나브 패밀리 역시 2021년 연간 1000억원 이상 처방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나브 패밀리를 처방받은 환자는 2020년 70만명에 달했습니다. 국내 고혈압 환자가 약 800만∼9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1명은 카나브를 복용한 셈입니다.

케이캡은 무서운 성장세가 돋보이는 국산 신약입니다. 국산 30호 신약인 케이캡은 출시 직후인 2019년 상반기 처방 실적이 90억원이었습니다. 이어 2020년 상반기엔 307억원으로 늘어났으며, 2021년 상반기엔 45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케이캡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입니다.

이 밖에 주목할만한 국산 신약으로는 동아에스티 ‘슈가논정’이 있습니다. 26호 국산 신약으로 등록한 슈가논정은 당뇨병 치료제로 처방 실적이 2020년 상반기 48억원에서 2021년 상반기 58억원으로 22% 정도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통상 1897년 출시한 ‘활명수’(동화약품)를 그 시작으로 봅니다. 하지만 이후 국내 제약사들은 오랜 기간 해외 업체들이 출시한 뒤 특허가 만료한 의약품을 복제해서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렇듯 복제약 판매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에서도 신약을 만들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줬던 선플라주, 그리고 33호 롤론티스까지 모두가 자랑스러운 국산 신약입니다. 하지만 세계 1위 의약품 ‘휴미라’(미국 애브비)가 연간 22조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리는 점을 감안할 때 국산 의약품의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이기만 합니다.

LG화학 제미글로 (제공=LG화학)

강경래 (but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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