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0단] 대장동 탓 '文 차별화' 어려워진 이재명, 위기 만나다

이상훈 입력 2021. 10. 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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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표 잡으려면 차별화 필요한데
예상치 못한 위기로 대통령·친문 지지 절실해져
대선 이기려면 여당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여당 안에 더 묶여…이게 진짜 위기 아닌가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15 한주형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끝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 후보로 확정된 뒤 두 명의 정치인이 '위기'를 말했다. 이 지사와 경쟁을 벌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13일 우여곡절 끝에 경선 결과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지금은 민주당의 위기"라고 했다. 같은 날 상임고문단과 상견례 자리에서 이해찬 전 대표는 이 지사에게 "대선 기간 위기가 여러 번 올 것"이라고 했다. '위기'란 똑같은 표현을 썼지만 취지나 의미는 묘하게 달라 보인다.

#이재명 지사는 스스로를 변방장수라고 말해왔다. 같은 의미로 아웃사이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인터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론했다. 툭하면 여론의 비판을 받는 '여의도 정치'와 거리 두기 같기도 하고 자신이 처한 당내 위상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자신은 '다르다'는 의미도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권이 연장되더라도 집권 여당의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했다. 열성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 표까지 가져오려면 뭐라도 다른 모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변방장수·아웃사이더란 말은 문재인정부와 차별화에 부담이 없는 상황임을 시사하는 듯 들렸다. 더구나 정권교체 여론까지 높은 상황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안에선 이 지사가 최종 대선후보가 되면 문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 그런데 '대장동 이슈'가 상황을 바꿔버렸다. 이 지사는 '무관함'을 줄기차게 주장하지만 특검을 주장하는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는 중이다. 과거 성남시 관련 인물이 구속되기도 했고 성남시청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앞으로도 여당의 지지가 절실하다.

게다가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8일 SNS에 글을 올렸다. 대장동 개발에서 민간사업자 이익이 늘어난 것에 대해 "2018년 이후 정책 실패로 집값이 솟아서"라고 했다. 본인의 '관련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문재인정부의 가장 아픈 지점인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론한 거다. 강성 친문 지지자로서는 불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교롭게 이틀 뒤 결과가 나온 3차 선거인단 투표(일반당원·국민 누구나 참여)에서 참패했다.

# 지난 12일 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에 선을 그으면서도 길게 끌지 말라는 지시다. 이 지사에게 유리한 메시지다. 더구나 청와대는 이 지사가 면담요청을 했고, 협의 중이란 점도 밝혔다. 당시 이낙연 전 대표가 아직 승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읽혔다. 이 지사로서는 대통령의 '신세'를 진 셈이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 일부의 비토가 여전하고 대장동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이 지사로서는 여당과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가 절실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CBS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이 후보가 되면 문재인 정권과 차별화하려고 시도를 했을 텐데,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차별화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해서 가졌던 여러 가지 불만 요소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될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 "지금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면 국민들이 수긍하지 않을 거다."

대선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층 표심까지 잡아야 하는데 당장 여당과 열성 친문 지지층에 대한 의존이 커져버린 거다. 이것이 여당 대선후보인 이 지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진짜 '위기'가 아닐까.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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