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mental]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 재집중 계획은 필수

류청 2021. 10. 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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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권혁주 멘탈디렉터, 에디터=류청]

축구는 사람이 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심리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선수와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FC서울과 FC안양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스포츠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멘탈 퍼포먼스 대표 이상우 박사와 권혁주 멘탈 디렉터가 그 내밀한 이야기를 한다. <편집자주>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미셸 플라티니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축구는 실수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공은 둥글고, 그라운드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프로선수도 날씨, 컨디션, 운동장 상태, 멘탈, 상대 팀 등의 여러 요인들로 인하여 실수를 한다. 특히 팀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비, 골키퍼 선수들 실수는 팀에 치명적으로 다가 올 수 있다. 물론 공격수 역시도 실수에 대한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리적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선수는 매일 훈련을 통해 팀 전술에 적응하고 피지컬, 컨디션을 관리한다. 신체적 준비만으로는 시합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상황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심리적 준비가 돼있지 않은 선수는 시합 중 실수를 하거나 팀이 부정적 상황일 때 눈 앞의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해서 도미노처럼 모든 플레이가 무너질 위험이 크다.

스포츠심리학은 재집중(refocusing) 계획을 미리 세울 것을 권장한다. 재집중 계획이란 시합 중 나타날 수 있는 집중 방해 요인에 대해 극복 방법을 미리 계획해 두는 것을 말한다. 꾸준히 활약하는 우수 선수일수록 재집중 계획이 명확하다. 시합에서 실수는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지금 내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지나간 실수에 의식을 쏟을 수록 현재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당연히 경기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재집중을 하기 위한 자신만의 심리기술이 필요하다.

재집중을 위한 계획 중에는 ASDR 자기암시(self talk)가 있다. 자기암시는 자신과 나누는 마음의 대화를 의미하는데, ASDR은 그 대화의 단계이다. A는 Aware(인식)의 약자로, 현재 자신이 실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인식하는 단계이다. 문제해결은 인식을 통해 시작되기 때문에 우선 선수 스스로가 현재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S는 Stop(중단)의 약자이다. 실수에 대한 생각을 인식하였다면 그 생각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멈추는 것이다. 멈추기 위한 방법은 개개인마다 다양하며 일반적으로는 신체적인 신호(뺨, 박수, 소리 등)을 사용하거나 머리 속으로 이미지를 활용(빨간 신호등, 쓰레기통 등)한다.

D는 Dispute(반박)의 약자로,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부정적 생각에 대한 논리적 반박을 하는 단계이다. 예를 들어 ‘방금 왜 실수를 했을까’ 라는 부정적 생각에 빠졌을 때 ‘지나간 것은 되돌릴 수 없다. 바꿀 수도 없는 일에 신경 쓰면 팀과 나에게 큰 손해일 뿐이다’라고 합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다만, D단계는 시합 도중 사용하기에는 제한점이 많기 때문에 훈련 및 생활에서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R은 Replace(교체)의 약자이며, 자신의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 생각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빨리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 라고 생각하게 되면 플레이가 조급해지고 실수가 연이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패스할 곳을 찾자, 골은 1초면 터진다, 안전하고 확실하게 플레이하자.’ 등의 긍정적 생각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김병준, 천성민, 권혁주, 2018).

물론 시합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불안한 미래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구체화하고 준비하는 것 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완전히 끝난 일보다 끝나지 않은 일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르는데, 재집중 계획 역시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한 것이다. 시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상황들을 떠올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 방법을 결정하거나 기록함으로써 ‘끝난 일’로 만드는 것이다. 미래에 걱정되는 일을 통제 가능한 일로 인식하게 만들어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재집중 계획은 평상시 훈련에서 여러 번 반복하여 루틴화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축구는 종목 특성상 심리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가서 잠시 시간적 여유가 생기거나, 기타 데드볼 상황에서 미리 만들어 둔 자신만의 루틴을 통해 재집중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자기암시 이외에 팀토킹도 재집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팀토킹은 축구에서 팀 응집력 및 문제해결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수적인 심리기술이다. 만약 시합 중 동료선수가 재집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팀 토킹을 통해 현재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위닝 멘탈리티를 갖춘 팀들은 선제 실점에도 끊임없이 언어적, 비언어적 대화를 시도하여 빠르게 경기에 재집중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팀들은 한 번의 실수가 대량 실점을 가져온다. 팀 훈련에서 이러한 부분을 의식적으로 체크하고 보완한다면 시합 재집중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장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다만 우수한 선수는 재집중 계획을 통해 빠르게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재집중 계획을 세우고 미리 대비하는 선수가 시합에서 승리할 수 있다.

*참고문헌
김병준, 천성민, 권혁주(2018). 긍정의 멘탈트레이닝. MSD미디어.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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