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30억 벌기도..인스타 그 언니들, 사람이 아니었네
[편집자주] 광고모델과 아나운서, 은행원, 아이돌 등 인간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가상인간이 종횡무진하고 있다. 사람행세 하는 게임 속 캐릭터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매력으로 팬덤을 만들고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는 존재들이다. 수많은 가상인간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며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열어갈 세상에서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짚어본다.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두는 가상인간은 2016년 탄생한 릴 미켈라다. 브라질계 19세 가수로 설정된 미켈라는 인스타그램에서 일상포스팅, 음원발매,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까지 밝히면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샤넬,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마케팅 협업으로 지난해 수익만 1170만달러(약 130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방탄소년단 등과 함께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한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켈라를 만든 기업은 로니블라코, 버뮤다 등 가상인간도 만든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Brud)다. 2019년 기업가치 1억2500만달러(1440억원)를 인정받은 브러드는 이달에는 기업가치 76억달러(9조원)에 달하는 캐나다의 핀테크 유니콘 데이퍼 랩(Dapper Labs)에 인수돼 NFT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에서도 가상인간 열풍은 거세다.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은 스타트업 AWW가 만든 이마다. 분홍생 단발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이마는 2018년 첫 등장해 35만여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끌어모았다. 지난해에는 가구업체 이케아 등의 광고모델로 활동하면서 7000만엔의 수익을 냈다. 올해 9월에는 도쿄 패럴림픽 폐막식에 등장하면서 올림픽위원회(IOC)와 협력한 최초의 가상 인물로 기록되기도 했다.
미국 마케팅분석회사 하이프오디터는 가상인간을 활용한 마케팅 시장이 지난해부터 32.5%씩 성장해 2022년에는 150억달러(16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에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중 50% 이상이 가상 인플루언서를 통해 일어날 것이란 예측도 덧붙였다.
이처럼 광고·마케팅 산업의 가상인간 열풍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규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실질적인 규제를 마련한 것은 인도다. 인도의 광고표준위원회(ASCI)은 지난 7월 세계최초로 가상인간을 통한 광고에 가상인간임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제품·서비스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없는 가상인간의 활동이라는 점을 알려 소비자의 오해를 막는다는 취지다.
버추얼휴먼스는 이와관련 "정부가 가상인간을 통한 마케팅을 실제인간의 마케팅과 동등하게 인정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가상인간을 활용하려는 기업과 가상인간 제작사들이 향후 가상인간을 활용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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