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 지난해와 무엇이 달랐을까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정상화' 정도에 이목이 쏠렸다. 출품작 수와 스크린 수가 지난해보다 늘었고, 현장 행사도 풍성해졌다. OTT의 신작들도 화제를 모았다.

10월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시사IN 이상원

10월6일 개막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15일 막을 내렸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상영 영화를 대폭 줄이고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던 만큼, 올해는 영화제 ‘정상화’ 정도에 이목이 쏠렸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반영된 듯, 지난해에 비해 영화제는 풍성하게 치러졌다.

우선 출품작 수가 지난해 68개국 192편에서 올해 70개국 223편으로 늘었다. 팬데믹 이전에는 평균 300편 안팎 상영했다. 더 극적으로 늘어난 것은 스크린 수다. 지난해에는 1개 극장(영화의전당)에 5개 스크린만 운영했는데, 올해는 6개 극장의 29개 스크린을 열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영화 한 편당 한 차례만 상영했던 반면, 올해는 2회에서 3회까지 상영할 수 있었다. 운영하는 객석 비율도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체의 25%만 열었던 객석을 50%로 늘렸다. 주최 측은 10월10일 저녁 기준 좌석점유율이 평균 88%라고 밝혔다.

한국 영화는 모두 현장 GV(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해외 영화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GV를 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모두 원활했던 것은 아니다.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의 줌(zoom) 간담회가 시작 15분을 앞두고 취소됐다. 〈아네트〉의 레오 카락스 감독 GV도 10월9일 돌연 취소됐다.

매 출입구에서 ‘안심콜’을 걸어야 했다

주최 측은 방역에 사활을 거는 듯했다. 기자를 비롯해 영화제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모두 PCR 검사 음성확인서 또는 2주 경과한 2차 백신 접종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영화의전당 비프힐 건물은 특히 철저히 관리했다. 출입구마다 구획을 나눠서 매번 다른 번호로 ‘안심콜’을 걸도록 했다. 영화 상영 도중 진행요원들은 상시 객석을 바라봤다. 이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관객을 발견하면 곧바로 객석 쪽에 올라왔다. GV 때 게스트들은 방역 당국의 허가 아래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다만 주위에 투명 아크릴판을 세웠다.

팬데믹 국면에서 새로 시도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모았다. ‘액터스 하우스’는 연기자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인터뷰 코너이다. 조진웅, 엄정화, 이제훈 등이 참석해 각자의 연기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6개 회차가 전부 매진됐다. ‘동네방네비프’ 참석자들도 만족감이 높아 보였다. 해운대와 남포동뿐만 아니라 부산 각지에 야외 스크린을 설치해 영화를 상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현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온스크린’ 부문이다.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의 신작 시리즈물을 상영했다. 임기 첫해를 맞은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개막 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온스크린은 사회문화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 신설했다고 말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영화와 비(非)영화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실을 영화제가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OTT 시리즈물 부문을 도입한 영화제는 아시아권에서 부산국제영화제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도 베니스 국제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 몇 되지 않는다.

온스크린 부문 상영작인 〈지옥〉〈마이 네임〉〈포비든〉 전 회차가 매진됐다. 〈오징어 게임〉〈D.P.〉 등의 인기 탓인지 표를 구하기 몹시 어려웠고 극장에 들어서는 이들의 표정은 가장 밝았다. 넷플릭스가 시작될 때 나오는 익숙한 소리가 800여 석 규모인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 울려 퍼졌다. 객석은 술렁였다. 적잖은 관객이 1화가 끝난 뒤 자리를 떴다가 잠시 후 2화가 재개되는 모습을 보고 허겁지겁 돌아오는 해프닝도 보였다.

영화관을 나서는 시민들의 모습은 밝았다. 영화 관람이 흔한 일상이던 팬데믹 이전보다 영화제를 더 즐기는 듯 보였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제가 “위드 코로나로 가는 시험대”라고 말했다. 성패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10월14일 부산국제영화제는 한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부산·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