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스우파'요? 미애누나 '스위치'는 센세이션이었죠"
[편집자주] 여성 스트릿 댄스 크루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시청자를 홀렸다. 가수 뒤에 가려져있던 댄서들의 노력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는 평가다. 스우파 출연진이 연일 화제에 오르는 건 물론, 댄스 챌린지, 배우기 열풍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는, 우리가 몰랐던 여성 댄서들의 이야기를 댄서들에게 물었다.
"미애누나가 20년 전 만든 '스위치'가 1세대 여성 안무팀이죠. 완전 센세이션(sensation)했어요."
지금의 스우파 열풍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그 뒤에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와 함께한 1세대 댄서들부터의 노력이 있었다.
소녀시대, 이효리, 핑클, 신화, 빅뱅 등 20년 넘게 유명 댄스 가수 안무를 맡았던 안무가 정진석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무용예술계열 교수(전 나나스쿨 단장·44)는 여성 댄스 크루가 만들어지기 시작됐던 2000년대초를, 지금의 여성 댄스계가 형성된 시기로 꼽았다.
정 안무가는 1990년대 만들어진 전문 안무팀 '나나스쿨'에서 안무가 인생을 시작했다. 20대 어린 나이에 핑클 안무를 만들었고 이후에도 내노라하는 가수들의 안무를 담당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까지도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 안무를 맡았고 방탄소년단 공연 준비도 함께 하고 있다.
가끔 홍일점으로 한 두명씩 여성 댄서가 무대를 함께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정 안무가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안무팀이 처음 생긴 건 2000년대초쯤 '철이와 미애' 활동을 하던 '미애'가 만든 '스위치'가 처음이었다"며 "센세이션했던 스위치는 걸스힙합 스타일 춤을 우리나라에 퍼뜨린 시초가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걸스힙합과 왁킹댄스(스트릿댄스의 한 형태)가 유행하면서 여성 댄서가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릿댄서 출신으로 전 JYP엔터테인먼트 댄스트레이너, K팝 가수 댄서와 안무가 활동을 이어온 최종환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교수는 "1990년대 핵심 댄서들도 남자가 많았고 일부 방송국 소속 댄스팀에만 여성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최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걸스힙합이 유행하면서 여성 안무팀이 생기기 시작했고 2000년대 후반 왁킹댄스가 유행하면서 여성 댄서가 급격하게 늘게 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정 안무가는 "10년 전부터 학생들을 가르쳐왔는데 여성 비율이 많아진 지 10년은 된 것 같다"며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덕분에 여성 댄스씬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환 교수도 "요즘은 수요층 자체가 여자 비율이 높고 학원이나 대학에서 춤을 배우는 비율도 여성이 훨씬 많아 역전현상이 일어난 상황"이라며 "여성 학생은 여성 강사가 가르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많다보니 여성 강사도 많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댄스씬에 몸 담고 있던 이들은 '스우파' 방송을 계기로 댄스씬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전보다 여성 안무가가 더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도 봤다.
정 안무가는 "과거에는 여성댄서가 추는 춤이 한정적인 면이 있었다"며 "여성 가수 안무를 남성 안무가가 짜는 경우는 많았지만 남성그룹 안무를 여성 안무가가 짜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여성 안무가도 늘었기 때문에 이런 선입견을 뚫고 나갈 시기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춤을 출 때 표현력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풍부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여러가지 표현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여성들은 바지를 입어도, 치마를 입어도 다른 느낌으로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과거 무용단 체계가 공고할 땐 남자들이 단장 역할을 하다보니 대표성을 갖는 남자 안무가들이 주목을 받았다"면서도 "요즘은 댄스판이 많이 변화하면서 여성 댄서라고 일자리가 적거나 하는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우파'도 좋은 영향을 줬고 지금도 춤 시장은 많이 변하고 있다"며 "춤을 추려면 무조건 방송국 무용단에 들어가 가수 백업을 하는 시기는 지났고 지금은 SNS 등을 통해 본인의 안무를 채널에 업로드하는 등 기회가 많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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