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사정포 요격 '한국판 아이언돔' 개발한다 [박수찬의 軍]
군 당국은 내년부터 2035년까지 2조2175억원을 투입해 레이더, 발사대, 미사일로 구성된 장사정포 요격체계를 개발 및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189억원을 반영한 상태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을 주관하며,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내년 초 탐색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북한 장사정포 위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개발 기간과 생산 규모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군 당국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언돔 도입 대신 자체 개발하는 이유
북한군은 휴전선 일대에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를 포함한 5500여문의 장사정포를 배치,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다.
유사시 북한 장사정포가 불을 뿜는다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큰 혼란에 빠진다. 포탄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인한 1차 피해, 포격 직후 전기나 수도, 가스 공급이 차단되고 교통망이 마비되면서 발생하는 2차 피해는 수도권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을 위험이 크다.
가자지구를 점령한 하마스는 다양한 종류의 로켓을 발사해 이스라엘을 위협해왔다. 이에 이스라엘은 2011년 단거리 요격체계인 아이언돔을 개발했다.
아이언돔은 요격미사일 발사차량을 곳곳에 배치해 돔(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을 구축, 날아오는 로켓포탄을 파괴하는 개념의 무기다.
아이언돔 1개 포대는 요격미사일 20발을 쏠 수 있는 발사대 3대와 타미르 요격미사일, 최대 150㎞ 떨어진 표적을 탐지하는 레이더와 추적시스템, 사격 통제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해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언돔이 군의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마스의 로켓은 품질이 조악하고 명중률도 높지 않으며, 동시에 수백발을 발사할 능력도 부족하다.
반면 북한군 장사정포는 하마스와는 훨씬 강한 위력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군은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을 결정하면서 1개 포대에 배치할 요격미사일 발사대를 아이언돔보다 두 배 많은 6대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대는 아이언돔처럼 경사형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아이언돔보다 훨씬 많은 요격미사일을 탑재, 북한군 240㎜ 방사포 1개 포대 공격을 충분히 저지할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요격미사일은 대량 사용이 가능하도록 작고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설계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을 주관할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모양새다. 장사정포 포탄을 직접 요격(hit-to-kill)하는 핵심기술도 개발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개발 기간과 배치 수량이다. 현재 계획상으로는 2030년에 개발을 완료, 2031년부터 생산이 이뤄진다.
최소 10년간은 북한 장사정포 공격을 막을 수단이 없는 셈이다. 생산과 기술검증, 실전배치가 완료되는 시기까지 고려하면 방어능력 공백 기간은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아이언돔보다 개발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도,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 위협에 10여년 동안 노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개발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확보한 기술이 단기간 내 진부화될 위험이 있다.
북한 장사정포 위협 강도와 비교할 때, 배치 수량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당국은 처음에는 장사정포 요격체계 40세트를 요구했으나, 예산 문제로 수량이 절반 이하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과 일선 부대 전체를 방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소요와 배치지역에 대한 추가 검토의 필요성도 강하게 제기된다.
전쟁 지도부 등 국가중요시설을 지키는 것이 군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장사정포 공격을 두려워하면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충분한 수량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개발 완료시기를 더 앞당기고, 배치 수량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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