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저물자 지원금 돌아온다.. 수수료 기대감에 웃는 카드사
그동안 지역화폐 확산으로 수수료 수익을 거두는 데 어려움을 겪던 카드사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부 지원 예산이 축소되는 탓에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시장이 내년부터 급격히 움츠러들 가능성이 커지자 카드사들은 다시 수수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는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81% 줄이기로 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올해 1조2522억원이었던 지역화폐 지원 예산은 내년 2403억원으로 쪼그라든다.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발행하는 일종의 상품권이다. 발행 지자체 구역 내에서만 쓸 수 있지만, 액면가보다 10% 싸게 살 수 있다. 10만원 어치를 구매(충전)하면, 11만원을 쓸 수 있어 10% 할인을 받는 효과가 있다. 할인한 10%에 해당하는 금액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 부담한다.
보통 지원액 10% 가운데 정부가 3~8%, 지자체가 2~7%를 각각 나눠 낸다. 정부 지원금이 줄면 지방정부가 해당 부분을 전부 부담하지 않는 이상, 발행 규모가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지역화폐 지원 예산 축소에 따라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20조원에서 6조원으로 3분의 1토막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지역화폐를 수시로 찍었던 지자체들은 중앙정부 예산 지원이 대폭 삭감되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지난 2년 동안 지역화폐 시장이 불어나는 모습을 보며 속앓이를 했던 카드사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내년부터 중앙정부 예산이 줄면 지자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해당 지역의 신용카드 사용률과 결제 금액은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지자체들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지역화폐를 찍으면서 신용카드 사용 규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사회 전반에 걸쳐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는 와중에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적인 이유를 들어 정부가 1조2500억원을 들인 사업을 두고 카드사가 이에 반하는 의견을 꺼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QR 형태로 쓰이는 지역화폐에 대해선 가맹 수수료를 전혀 받지 못했다. 현금카드처럼 일정 금액을 충전했다가 바로 꺼내 쓰는 형태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발행한 카드형 지역화폐에 대해선 신용카드 대비 3분의 1 수준인 체크카드 수수료만 챙겼다.
카드사들은 이 기간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와 수수료 다툼을 벌이면서도, 지역화폐 수수료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역화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기간 동안 카드사 말대로 수수료 수익은 줄었지만, 순익은 늘어났기 때문에 명분이 마땅찮다”고 평가했다.
현재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는 2017년 56곳의 네 배가 넘는 232곳으로 늘었다. 이전에는 지역화폐라 하면 종이(지류형) 상품권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지역화폐 대부분은 모바일(QR) 형태로 쓰인다. 일부 지역에서만 카드사와 협력해 체크카드 같은 카드형을 쓴다.
정부가 ‘2차 지원금’으로 불리는 코로나상생국민지원금을 집행하면서 신용카드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카드사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0월 15일 현재 국민지원금 대상자 97.8%가 신청을 마친 가운데, 이들 중 약 73%는 국민지원금 창구를 신용·체크카드로 신청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따르면 국민지원금 총예산은 11조6063억원 중 카드 신청분 73%인 8조4725억원이 전액 소비되면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로 1499억원을 추가로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카드 캐시백 정책은 카드사가 정부로부터 현금 지원을 받으면서 기존 카드 수수료까지 두둑하게 챙기는 구조”라며 “반면 지역화폐는 기재부의 화폐 관장 권한을 약화시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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