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현대 'N'은 국산 슈퍼카의 시작점일까

한겨레 2021. 10. 16. 0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SC : 자동차]현대 고성능 브랜드 N
독일서 연구·개발 고성능 라인
기존 국산차와 차별화된 성능
미드십 스포츠카 생산 기대감↑
현대 아반떼 N. 현대차 제공

2014년 12월22일, 베엠베(BMW)의 고성능 차량인 M 브랜드에 몸담았던 사람이 현대차로 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안 남긴 날이라 잊히지도 않는다. ‘이번에도 그렇고 그런 사람이 오겠지. 뭐가 특별하겠어?’ 당시 자동차 전문 기자들도 자동차업계 사람들의 이직 이야기가 많이 오갈 때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무심히 켠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를 검색하다가 놀란 토끼 눈을 할 수밖에 없었다. M에서 그냥 그렇고 그런 직원 하나 오는 게 아니었다. M 디비전의 수장으로 7년 동안 M을 책임지고 개발한 총괄 책임자가 현대차로 이직을 한 것이다. 그의 이름은 알버트 비어만, 베엠베 M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꿈속에서라도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베엠베 ‘M’의 수장 영입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하기 전부터 현대차의 고성능차에 대한 열망은 대단했다. 아마도 그 시작은 2012년 파리모터쇼일 거다. 그때 공개된 i20 WRC는 현대차의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복귀를 알리는 출사표였다. 단순히 출전에 의의를 둔 건 아니다. 모터스포츠에서 효과를 인정받은 기술은 고스란히 양산차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성능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현대차에 월드랠리챔피언십은 아주 냉혹한 테스트장이기도 했다. 이후 유럽 현지에 모터스포츠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 유럽 테스트센터까지 구축하는 등 고성능 브랜드를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3년 12월 어느 날, 현대차는 월드랠리챔피언십 2014 시즌 첫 랠리에 나설경주차 디자인과 팀 라인업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고성능 기술력을 상징하는 ‘N’을 소개했다.

같은 해 남양연구소에 고성능차 개발 센터를 설립하고, 독일 뤼셀스하임에 있는 유럽기술연구소에도 고성능차 개발부를 신설했다. 여느 자동차 회사의 고성능 브랜드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한가지 부족한 게 있었다. 바로 경험이었다. 그래서 현대차는 베엠베 M을 총괄하고 있던 알버트 비어만에게 손을 내밀었다. 게다가 같은 베엠베 M 북남미 총괄 임원인 토마스 쉬미에라를 N 전담 부서와 모터스포츠 전담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경험을 인사로 해결하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코나 N. 현대차 제공

그리고 대망의 2015년 9월15일, 현대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N 브랜드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N은 현대차 기술 개발 심장부인 남양 아르앤디(R&D) 센터와 N 모델의 최종 성능이 조율되는 뉘르부르크링을 상징한다. 엠블럼인 영문자 N에 들어간 곡선은 고성능차를 한계로 몰아붙일 수 있는 트랙 코스 중에서 차의 제동, 회전, 가속 등의 균형 잡힌 성능이 판가름 나는 N자로 꺾인 ‘시케인(chicane) 코스’를 의미한다.

독일 서킷에서 탄생

최초 N 모델의 데뷔 무대는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로, 주인공은 i30 N이었다. 핫해치(고성능 해치백)의 본고장인 독일에서의 i30 N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m를 내는 4기통 터보 엔진, 안락함과 짜릿함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주행모드,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과 전자제어식 서스펜션, 레브매칭이 가능한 수동변속기, 가변 배기 밸브 시스템 등 i30 N에 들어간 다채로운 주행 관련 기술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현대차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출품을 기념해 독일 시장에 100대 한정으로 ‘i30 N 퍼스트 에디션’을 함께 내놨는데 금세 판매가 완료될 정도로 핫해치로서의 성능을 인정받았다. 고성능차에 대한 경험치가 많고 기준점이 높은 독일인들이 i30 N을 선택했다는 건 꽤 고무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i30 N의 유럽 무대 데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자 자연스레 세간의 눈길은 국내 시장을 향했다. 하지만 i30 N이 유럽에서만 출시될 예정이었기에 한국 사람들에게 N 브랜드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신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 두번째 N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3도어의 개성 강한 벨로스터에 더해진 N 모델은 2018년 초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됐고, 6월에 한국 시장에 공식 데뷔했다.

벨로스터 N. 현대차 제공

처음 벨로스터 N을 탔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 이전까지 현대차가 내놓은 고성능이라는 모델과는 자극이 달랐다. 이전엔 고성능이 아닌 고성능 느낌을 가미한 것들이었다면 벨로스터 N은 고성능에 실질적으로 접근한 차였다. 성능도 성능이었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며 운전대를 잡아 돌리고 그에 따라 차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단단히 차체를 잡아주는 것은 물론 앞바퀴 접지력이 좋아 빠르게 코너를 진입해도 밖으로 흐르지 않았다. 대신 뒤쪽에서 스키드음(타이어 마찰음)이 났고 스멀스멀 뒤가 밖으로 밀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불안하다기보다 오히려 짜릿하고 쫄깃한 긴장감까지 선사한다는 점이다. 국산차에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현대차 제공

승차감에 실용성까지

그리고 올해 현대차는 국내에 있는 아빠 운전자를 설레게 할 두대의 N 모델, 코나 N과 아반떼 N을 선보였다. 벨로스터 N은 국내에 출시한 첫번째 N 모델로 그 의미가 있지만 좁은 뒷자리와 3도어, 아주 단단한 서스펜션 반응 등 몇몇 특징 때문에 실용적인 영역에서의 쓰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구매층이 제한됐다. 그래서 코나 N과 아반떼 N은 고성능차를 꿈꾸는 아빠 운전자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이미 패밀리카로 많이 사용되는 차들로 승차감과 실용성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고성능차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N 브랜드를 널리 확장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i30 N부터 아반떼 N까지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짜릿하면서도 합리적인 고성능’은 N의 다음 스텝을 더 기대하게 한다. 소문에 의하면 RM14~16, 19, 20e 콘셉트카에서 테스트해온 미드십(엔진이 차량 중앙에 있는 고성능차) 스포츠 모델이 실제로 양산될지도 모른다. 이뤄진다면 자동차 팬으로서, 전문 기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소문은 소문으로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들 어떤가? 국산 브랜드에서 미드십과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N 브랜드의 색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선관(<오토캐스트> 기자)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