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쭉정이 마음, 이름없는 산이 알아준다..김형주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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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화면분할이다.
가로도 아니고 세로도 아닌, 비스듬한 사선으로 뚝 잘라 구획한 건데.
크고 웅장한 산이 아니다.
이름도 갖지 못한 소박한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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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산 향하던 관심, 척박한 잡초로
마당만 내려서도 들여다보이는 '속'길
잡초에 자리내준 잔디의 순정을 본 듯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흔치 않은 화면분할이다. 가로도 아니고 세로도 아닌, 비스듬한 사선으로 뚝 잘라 구획한 건데. 그렇게 가른 화면은 마치 논과 밭인 양 확연히 나뉜다. 논밭이 아니라면 작물지와 녹초지를 구분했다 해도 되겠고.
작가 김형주(38)는 원체 산에 관심이 많았다. 크고 웅장한 산이 아니다. 이름도 갖지 못한 소박한 산이었다. 덕분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빚은 산세보단 차라리 산속을 들여다볼 일이 잦았다. “시점을 옮겨가며 다채로운 장면을 도면처럼 펼쳐 그리는” 작업이 작가의 붓길이 됐다. 비록 산을 모두 담진 못했지만 그 모두를 담은 산을 상상할 수 있는, 그 작품들을 꾸려 2019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작가는 자연관을 좀더 미학적으로 확장했나 보다. 이젠 굳이 산까지 아니어도, 그저 마당에만 내려서도 보이는 ‘속’을 그려낸 건데. 연작 중 한 점인 ‘유예’(Hesitancy·2021)가 나온 배경이 말이다. 저 두 갈래의 구획은 잡초와 잔디라고 했다. 같은 생명이어도 쭉정이로 취급받아온 잡초에까지 마음을 쓴 건데. 작은 마당에서조차 운명이 갈린 생명체에서 예전의 이름없는 산을 봤다고 할까. 잡초에게 길을 내준 잔디의 순정을 봤다고 할까.
26일까지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6길 아트노이드178서 여는 개인전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아크릴. 130×160㎝. 작가 소장. 아트노이드178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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