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이 대장동 사건 특검 자청할 수 있다, 선례도 있어

조선일보 2021. 10. 1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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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이 29일 광주고검·지검을 찾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역 순회 일정으로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김 총장은 검사들과 간담회를 했다. 2021.09.29. sdhdream@newsis.com

김오수 검찰총장이 작년 9월부터 지난 6월 총장 임명 직전까지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었던 성남시에 대해 사건 배당 22일 만에 압수 수색에 들어가는 등 늑장 수사 비판을 받고있는 가운데 이번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공직 복귀를 눈앞에 둔 시점까지 성남시를 위해 활동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김 총장은 당초 성남시와 2년 계약을 맺고 시의 중앙공설시장 건립 공사 관련 소송을 맡아 1308만원의 수임료를 받는 등 여러 업무를 해왔다고 한다.

대장동 사건 수사의 핵심은 이 특혜 구조의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당연히 초점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시장은 경기도지사를 거쳐 지금은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정권에 의해 임명된 검찰총장이 여당 대통령 후보를 제대로 수사하겠느냐는 것은 상식적인 의문이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성남시 고문변호사였다니 이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게 됐다. 김 총장은 2010년 8월부터 1년여간 성남지청 차장검사로도 재직했다고 한다.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가 첫 임기를 시작한 시점이라 두 사람 간 관계도 궁금하다.

김 총장과 그 밑에서 대장동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에 대해선 그동안에도 친정권 성향이라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김 총장은 법무차관이던 2019년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수사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했던 사람이다. 이 지검장은 친문 핵심 박범계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로 박 장관 취임 이후 요직에 중용되고 있고, 김 차장 검사는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있으면서 윤석열 전 총장 징계 실무를 주도했었다.

2003년 초 노무현 정권 출범을 앞두고 불거진 대북 송금 사건 당시 검찰은 “정치권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유보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수사에서 물러선 적이 있다. ‘정치권의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란 것은 바로 특검 도입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후 특검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4억5000만달러 불법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이 바뀌는 정치적 격변기이고 의혹 대상이 여당 대통령 후보인 사건을 검찰이 맡았다는 점에서 지금 검찰 상황도 당시처럼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검찰이 여당 대통령 후보를 제대로 수사할 수도 없지만 한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검찰이 2003년처럼 특검을 자청할 수 있다. 물론 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것이 지금 검찰 간부들이 법적 심판을 받지 않고, 검찰도 국민의 버림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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