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하게 빨리' 檢, 김만배 영장도 기각되라고 청구한 듯

조선일보 2021. 10. 16.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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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0036> 구속영장 기각에 구치소 나서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의왕=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1.10.15 mon@yna.co.kr/2021-10-15 00:14:41/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이 김씨에게 적용한 배임, 뇌물과 횡령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사 과정을 보면 검찰이 기각될 수밖에 없는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한 수사”를 주문하자 3시간 30분 만에 영장을 급하게 청구했다. 김씨의 1163억원 배임 행위로 성남 시민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하면서도, 그 불법의 ‘윗선’일 수 있는 성남시청에 대해서는 압수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영장이 기각된 다음 날 성남시청을 ‘뒷북’ 압수 수색했다. 수사 착수 후 20일이 넘도록 그냥 내버려둔 성남시청에 증거가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은 김씨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앞뒤도 맞추지 못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뇌물 수수로 구속하면서 김씨가 수표와 현금이 섞인 5억원을 유씨에게 건넸다고 해놓고, 김씨 영장 심사에선 전액 현금으로 줬다고 했다는 것이다. 계좌 추적도 제대로 안 됐다고 한다. 과연 이런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인가.

이 정권에서 수사 기관이 기각될 수밖에 없는 영장을 꾸민 게 처음이 아니다. 작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를 수사하던 경찰이 박씨 휴대전화 통화 내역 관련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다. 박씨 변사 경위를 파악하려면 영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박씨 사망 원인은 다툼이 없었고 그가 사망할 당시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은 이미 확보돼 있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이유가 없다. 정권 편 불법을 수사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엉터리 영장을 내면서 수사하는 척 ‘쇼’를 한 것이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 이후에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부실하게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다. ‘신속한 부실 수사’다.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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