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독서의 동행,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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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톰한 집게 모양의 책갈피나 복잡한 형태로 종이를 깨무는 클립 책갈피는 도대체 뭐하자는 사물인지 모르겠다. 그걸 종이에 끼우고, 끼우는 단계에서 이미 종이가 구겨지거나 하는데, 책을 덮으면 책 무게에 눌려 책갈피에 물린 종이가 꼬집힌 것처럼 구겨지고 앞뒤 종이에도 집게나 클립 모양으로 자국이 남는다.”
소설가 황정은 에세이 ‘일기’(창비)를 읽다가 이 구절이 반가워 옮겨 적어 보았습니다. 저자는 금속 책갈피를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도 그렇거든요. 책장에 끼우는 금속 서표(書標)에 종이가 찢어진 경험 이후로 다시 쓰지 않습니다.
저자는 가급적 종이로 된 책갈피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비닐 코팅 된 책갈피는 질기기도 하거니와 시시때때로 빛을 반사해 싫고, 귀여운 그림이나 문장이 인쇄된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책갈피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종이를 발견하면 책갈피 형태로 잘라 상자에 넣고 한 개씩 꺼내 사용한다. 내부 포장재나 책 띠지로 이따금 딸려 오는 유지(油紙)가 내가 쓰기엔 적당하고 아주 가끔은 책 내지로 사용된 한지나 색지를 잘라내기도 한다.”
저 역시 종이를 책갈피로 쓰지만 띠지나 책 사고 받은 영수증 등을 아무렇게나 끼워둡니다. 읽다 놓아둔 책을 다시 집을 때,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기억하는 용도면 충분하다 생각하거든요. 저자는 보다 섬세합니다. 아주 얇은 종이 벚꽃 형태의 책갈피를 아끼는데, 책갈피를 조심스레 다루는 태도가 독서 자체에도 영향을 미쳐서 좋다고 하네요. “이런 독서는 책갈피를 그 책에서 무사히 내보내는 순간을 지표 삼아 읽는 것이라서 책갈피가 그 독서의 동행이다.” 책 읽는 여정의 동반자로 특별히 아끼는 책갈피, 여러분도 가지고 계신가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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