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유럽상품 '불티'.. 패션업계는 겨울옷 확보 전쟁

조성호 기자 2021. 10.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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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면세점·유통업계, '위드 코로나' 기대감에 들썩

15일 오후 서울 중구의 ‘참좋은여행’ 사무실. 유럽여행팀 소속 30명 직원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상담을 하느라 분주했다. 전날 이 여행사는 기존 고객들에게 문자로 스페인·그리스 상품 출시를 알렸다. 그랬더니 하루 만에 문의 전화가 폭주한 것이다. 이 업체는 작년 초 국내 코로나 발생 직후 중단했던 유럽여행 상품 예약을 1년 10개월 만인 이달 초 재개했다. 지금까지 총 2382여명이 예약을 확정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유럽 여행 고객이 1년에 1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지만, 최근 여행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여행·호텔·면세점·주류 등의 업종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여행사는 장거리 여행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고, 주류업체는 미뤄왔던 회식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에 대비해 공장 가동률을 점차 높이고 있다. 패션업계는 외출이 늘면서 사람들이 올겨울엔 의류 쇼핑에 나설 것으로 보고 겨울 물량 확보 경쟁을 시작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참좋은여행’직원들이 해외여행 상담 전화를 처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태경 기자

◇사이판 상품 벌써 ‘매진’… 장거리 여행도 급증

가장 빨리 움직이는 곳이 여행업이다. 15일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주요 노선의 항공권 발매는 전달 대비 크게 증가했다. 스페인 마드리드(625%), 스위스 취리히(275%), 네덜란드 암스테르담(250%), 프랑스 파리(76%), 터키 이스탄불(68%) 등이 특히 많이 늘었다. 이 중 60%가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출국하는 항공편이다. 이에 맞춰 인터파크투어는 16인 정원의 유럽 소규모 단체여행 상품을 이날 내놨고, 신혼여행 기획 상품도 이달 내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부터 여행이 가능해진 사이판은 이미 연말까지 8000명 넘는 여행객이 예약을 마쳤다. 사이판은 현지에 도착하면 닷새간 지정된 호텔에만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이 숙식 비용을 사이판의 마리아나 주정부가 지원하는 데다, 호텔 내부 시설과 호텔 앞 해변을 돌아다니는 데는 제약이 없다. 마리아나관광청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한국인 관광객 지정 호텔 한 곳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조만간 지정 호텔을 세 곳 더 늘릴 것”이라고 했다.

국내 호텔업계에도 위드 코로나 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따르면 이달 들어 3박 이상 장기예약 객실 비율이 절반까지 올랐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호캉스(호텔 바캉스)를 즐기려는 2박 이하 단기 예약이 76%가량 됐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이달 들어 외국인 예약 비율도 3분기와 비교해 10% 이상 늘었다”며 “전시회 참석이나 회의를 위해 국내에 출장을 오는 외국인과 국내 비지니스 고객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 회식’ ‘보복 쇼핑’ 기대도

유통업계에선 연말이 다가오면서 코로나로 억눌러 왔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는 ‘보복 소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패션업계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는 올겨울을 기대하면서 재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LF는 다운점퍼 등의 상품을 전년 대비 50% 늘리는 물량 확보에 나섰다. 온라인쇼핑몰 CJ 온스타일은 유명 브랜드인 센존 블루라벨·브룩스브라더스 상품을 미리 확보해 10월 중순부터 특별전을 진행한다. 코오롱 FnC도 겨울 옷 시장을 미리 공략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겨울 상품을 이미 출시했다.

오랜 불황에 지친 면세점 표정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엔 롯데·신라·신세계 3사가 모두 뛰어들어 롯데에 최종 낙찰됐다. 인천국제공항면세점이 그간 신규 사업자 선정 시에 참여 업체가 없어 네 차례 유찰됐던 것과 상반된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조만간 해외 관광객 증가를 예상하고 일본 간사이 공항에 보석 업체 티파니 매장을 새로 열었다.

주류업체는 연말 회식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강원도 공장 가동률은 코로나 이전의 6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연내까지는 80%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주류·음료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결혼식이나 단체 행사를 못했던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가 이뤄지면 대량 주문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공장 가동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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