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스타트업 '거침없이 M&A'
대기업들의 M&A(인수합병) 사냥감으로 통하던 토종 스타트업들이 국내 산업 생태계에서 포식자로 거듭나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투자받은 자금을 기반으로 대기업 자회사나 업계 터줏대감 격인 기업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우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중개 앱 직방은 삼성SDS의 홈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전 직원 300명 정도에 불과한 스타트업이 직원만 250여 명에 달하는 대기업 사업 부문을 통째 인수하려는 것이다. 직방은 “홈IoT 국내 1위인 삼성SDS의 사업 부문을 인수해 프롭테크(부동산+테크)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스마트홈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했다. 직방은 지난 1월 카카오페이의 자회사인 아파트 관리 앱 모빌을 인수했다.
숙박 앱 야놀자는 지난 14일 국내 종합 온라인 쇼핑몰 원조인 인터파크를 294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터파크 지분 70%를 확보하면서 여행·공연·쇼핑·도서 같은 인터파크의 전자상거래 부문을 흡수하게 된다. 야놀자는 지난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투자를 유치한 뒤 두 달여 만에 대형 인수에 나선 것이다. 야놀자는 인터파크를 인수해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앞으로도 비슷한 인수합병 사례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오른 10여 개 스타트업들은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막강한 자금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공격적인 인수 행보는 미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사례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은 창업 후 10년 동안 누적 적자 4조5500원을 기록하면서도 비전펀드를 포함한 해외발 투자로 버티며 사업 규모를 확장했다. 그러다 지난 3월 상장해 단번에 46억달러(약 5조4400억원)를 조달했다.
2025년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는 금융 앱 토스도 일찌감치 대기업의 사업 부문을 인수해 규모를 키웠다. 토스는 2019년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부를 3650억원에 사들였고, 548억원(2018년) 수준이던 매출이 2020년 389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토스는 이번 달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도 인수했다. 타다 택시에 토스 간편 결제를 도입해 매출 규모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토스의 청사진이다.
이들 스타들업들은 기술력과 활발한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유니콘 문턱을 넘어서면서 M&A 포식자로 거듭나고 있다. 2010년 창업한 직방은 올해 유니콘이 됐다. 토스는 지난 8월 기업 가치 8조2000억원을 평가받았다. 야놀자는 비전펀드 투자 과정에서 기업 가치 10조원을 인정받아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기업 가치 10조원 이상 스타트업) 자리에 올랐다.
대기업들도 기업 매각 상대로 유니콘을 선호한다. 영업이익이 나지 않거나, 회사 미래 전략과 맞지 않은 사업 부문을 정리할 경우 신사업 확장과 검증된 인재 확보에 목마른 유니콘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삼성SDS의 경우도 기업 간 거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홈IoT 사업 부문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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